'인천로봇랜드' 조성 사업이 10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처음 일부 공익 시설이 준공됐지만 전체 사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로봇랜드 조성 사업의 골자인 민간 투자 개발 사업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현 상태라면 앞으로 10년도 장담할 수 없다. 차세대 성장 동력 테마 사업에서 빈 수레로 전락한 로봇랜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인천시와 ㈜인천로봇랜드 등에 따르면 로봇랜드 조성 사업은 2004년 '지능형 로봇'을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려는 정부의 방침으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지능형 로봇을 지목했다. 2013년까지 국내 로봇 총생산을 자동차 산업과 맞먹는 30조원 규모로 키워 세계 3위의 로봇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서갑원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로봇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로봇특별법에는 '정부는 로봇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할 수 있고, 지정할 수 있다'는 항목이 들어갔다.
정부는 2007년 로봇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로봇랜드 조성 사업 공모를 실시했다. 14개 시·도 가운데 인천시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한 경남도(마산)는 국토 균형 발전 명목으로 함께 사업권을 따냈다. 이듬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결과 국책 사업으로 확정됐다.
로봇랜드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인천시는 당시 바다를 매립한 76만7286㎡ 부지에 로봇산업지원센터(공익시설), 로봇연구소(연구동), 로봇박물관, 로봇태권브이 타워(높이 120m)를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호텔·아파트 등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봇산업지원센터, 로봇연구소에 국비와 시비가 각 595억원씩 투입됐다. 나머지 테마파크 등은 별도로 민간자본 5514억원을 유치해 조성키로 했다. 총 사업비는 6704억원이다.
2009년 로봇랜드 조성 사업 주주 간 협약을 체결하고 특수목적법인(SPC) ㈜인천로봇랜드를 설립해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인천로봇랜드 투자자는 이달 현재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IBITP), 인천도시공사(이상 공공투자자), 한양, 두손건설, 두원건설(이상 건설투자자), LG CNS, LG전자, 포스코ICT, 피코노스아시아(이상 전략투자자) 등이다.
장미빛으로 시작된 인천로봇랜드는 국제금융 위기 여파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멈춰 섰다. 비싼 땅값과 주변 인프라 부족도 문제였다. 중국 투자자가 ㈜인천로봇랜드를 찾아와 투자 의향을 밝혔지만 가격이 맞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인천로봇랜드는 테마파크 등을 설계한 업체와 용역 계약으로 소송전을 벌이는 등 내홍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인천로봇랜드 조성 사업은 2012~2013년 조성실행계획 승인고시(지경부→인천시), 실시설계용역계약 체결, 조성사업 실시계획 승인, 설계 경제성(VE) 검토 등을 거쳐 2014년 5월 실시설계 단가 적정성 검토(조달청)를 완료했다.
그해 9월 로봇산업지원센터와 로봇연구소 등 공익시설 건축 공사에 착공했다. 그러나 인천시와 ㈜인천로봇랜드 간 소유권 분쟁 등이 벌어졌다. 건물 준공은 올해 6월 30일이 돼서야 실시했다. 소유권은 7월 7일 ㈜인천로봇랜드에서 인천시로 변경됐다.
지난해에는 전체 사업 기간 종료로 기간을 1년 연장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2월 말까지인 현 사업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인천시는 10월 24일 조성실행계획 변경 용역에 착수했다. 현재 사업 계획상으로는 민간 투자 유치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본금 잠식으로 해산 위기에 몰린 ㈜인천로봇랜드에는 약 33억원 증자키로 했다. 시의회에는 당초 40억원을 증자한다고 보고했지만 일부 주주사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천시는 내년 1월 조성실행계획 중간보고회를 개최하고 6월까지 조성실행계획 변경 용역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9월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조성실행계획 변경 고시를 받고 10월부터 수익 부지 토지를 매각한다.
테마파크 부지 10만4045평을 8만8996평으로 줄이고 기반 시설 부지 7만5195평을 4만3085평으로 줄여 산업시설용지(1.2용지 합계 4만5991평)와 기반시설공사비 850억원을 확보한다. 유보지를 활용해 로봇랜드 종사자 숙소 등 주거 용지 1만4996평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4일에는 로봇산업지원센터 2층 다목적홀에서 로봇랜드 공익 시설 개소식도 가졌다. 준공 5개월여 만에 치러진 개소식에는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로봇랜드 공익 시설의 준공을 알리는 한편 국내외 로봇 기업 유치와 지역 로봇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했다.
유공자 시상, 로봇타워 현판 제막식 등이 진행됐다. 로봇, 드론 매직쇼 등 축하 공연과 입주 기업 기술 및 제품 전시회도 열렸다. 유 시장은 “로봇타워(공익시설)는 인천시 8대 전략 산업 및 4차 산업혁명 선두 사업인 로봇 산업의 기반이 되는 시설로, 지역 로봇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 37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조성실행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 부지에 산업 용지를 도입, 로봇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변경된 계획은 테마파크 등 유원 시설의 토지 비율을 줄이고 주거 및 상업 시설 등을 늘린다”면서 “원활한 투자 유치를 위해 현재 17%로 계획한 수익 시설을 32%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인천시의 계획이 근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정체된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실효성이 있느냐를 떠나 당장 특혜 논란이 예상된다. 주거·상업 시설을 늘리는 변경안이 자칫 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