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판매 모델에만 안전사양을 미흡하게 장착하거나,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판매하는 동일 모델에는 장착하는 에어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빼고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차별 논란도 빚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등 국내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출시 모델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판매하는 동일 모델과 안전사양을 차별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자동차는 올해 유럽 차량안전 평가 프로그램 '유로 NCAP'에서 S90, V90, XC60 3개 차종에 대해 '최고 안전등급(5스타)'을 획득했다. 3개 차종은 운전석 안전성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특히 XC60은 100점 만점에 98점을 획득해 올해 가장 안전한 차량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볼보자동차코리아는 S90, V90CC(크로스컨트리), XC60 국내 사양에서 무릎 에어백을 제외했다.

볼보 차량은 유로 NCAP, 미국 US NCAP,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때문에 볼보차코리아는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안전성에 대해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출시한 S90을 시작으로 최근 국내 출시한 XC60까지 모든 신차에 무릎에어백을 제외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에 운전석과 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추가 장착이 불가능하다.

일본차도 국내 출시 차량에만 안전사양을 제외하거나, 늦게 적용했다. 토요타는 국내에서 신형 '캠리'에만 안전사양 패키지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를 적용했다. 나머지 차량들은 다른 나라에서 TSS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장착되지 않았다. 렉서스도 고급 쿠페 'LC'를 제외하면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를 적용한 차량은 없다. 혼다도 지난 10월 출시한 신형 '오딧세이'만 ADAS '혼다센싱'이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판매 차량에서만 안전사양을 빼면서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법에서 의무화하고 있지 않은 안전사양을 원가절감을 위해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안전사양을 완벽히 장착한 상태로 안전성 평가를 받고, 우리나라에는 다른 모델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무릎 에어백, 뒷좌석 사이드 에어백 등은 의무 장착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사 차원에서 지역 별로 법규에 맞춰서 차량을 제작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사양을 갖추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델에만 유독 안전성이 떨어지는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법규에 맞춰서 안전사양을 들여오고 있다”면서 “일부 에어백의 경우 다른 안전사양이 많이 준비돼 있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