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과학기술 단체가 국회에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관할 변경을 담은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부처 간 합의에도 일부 국회의원 반대로 발이 묶인 상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과학기술 혁신 시스템이 때를 놓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회장 김명자)는 4일 “정부 R&D 사업의 관리 효율화를 위한 부처 간 'R&D 예산권 이관' 합의를 존중하며,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과총은 1966년 창립된 국내 최대 과학기술 단체다. 이학·공학·농수산·보건 등 이공계 전 분야의 590여 개 단체·학회가 속해 있다. 국내 과학기술 공동체의 본산이다. 과총이 R&D 예타·예산권 갈등 국면에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과총이 통과를 촉구하는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가 R&D 예타의 과기정통부(과기혁신본부) 이관 △국가 R&D 예산 지출한도의 기재부·과기정통부 공동 설정 △출연연 예산심의의 과기정통부 일원화가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예타 기간 단축, 기초·원천 분야 경제성 평가 와화를 골자로 한 예타제도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예타권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했다. 국가 R&D 예타 절차를 개선하려면 이관이 필수라는 주장, 재정건전성과 형평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과기정통부와 기재부가 예타의 '완전 이관' 대신 '위탁'을 합의했지만 이번엔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일부 의원이 애초 기재부 반대 논리와 유사한 근거를 들어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과총은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R&D 사업의 예타 권한 이관에 합의하고, R&D 특성을 반영해 예산 투입 성과를 높이는 정책 틀을 짠 데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 “과기혁신본부가 범 부처 R&D 총괄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총은 법 개정을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 혁신의 전제 조건으로 인식했다. 최근 재정 환경에서 R&D 예산 증액보다 효율적 집행, 규제 합리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R&D 전문성이 담보되는 재정 투자 환경을 요구했다.
과총은 “빠르게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기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과학기술 혁신은 관리 시스템 혁신을 토대로 예산 투입 대비 성과를 높이는 일에 있다”면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고, 과학기술계 창의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후속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