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세이퍼시픽, 한국행 항공편에 '비상 위성전화' 지급 왜?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한국서 만약의 사태가 날 것에 대비해 비상용 위성전화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승무원들이 목격했다는 소식을 들을 후 조치다.

4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홍콩으로 돌아오던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CX 893' 항공편 승무원은 북한 화성-15형 발사 당일 새벽 일본 영공을 지나다가 관련 발사체 낙하를 목격했다. 이를 계기로 해당 항공사 측이 이런 조치를 취했다.

미국에서 홍콩으로 돌아오던 다른 항공편인 'CX 096' 승무원은 CX 893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미사일 폭발을 목격했다. 그 거리는 수백 마일가량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항공기 운항에는 별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캐세이퍼시픽 페이스북
자료:캐세이퍼시픽 페이스북

캐세이퍼시픽 측도 이런 내용을 사내 통신망에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 떠나던 한국 항공사 항공기 2대도 같은 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목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북한은 다른 나라와 달리 미사일 발사 시험 일정을 발표하지 않는다. 국제 민간항공 운항정보에 접속할 수 있어 미사일 발사 전 발사 궤적상 항공기 운항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BBC는 항공기가 북한 미사일에 격추될 위험은 매우 낮지만 항공사가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8월 에어프랑스는 항공기가 북한 미사일 궤적에 근접 비행하고 있음을 확인한 뒤 북한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비행금지 구역'을 확대했다.

캐세이퍼시픽 노조는 “회사 측이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 승무원에게 비상용 위성전화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성전화는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아 통신이 두절되거나 비상착륙했을 때 항공기 기장이 캐세이퍼시픽 본사에 비상 연락을 취하기 위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사일 폭발을 목격한 승무원이 불안감을 느껴 경영진에 항로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분간 항로 변경은 없겠지만, 일본 항공사는 정부와 논의 결과 항로 변경이 있으면 캐세이퍼시픽 측에 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