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8日 해외법인장 회의 개최…“내년 美·中 공략법 찾는다”

현대·기아자동차가 해외법인장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올해 해외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8.6% 가량 감소해, 내년 해외시장 공략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중국과 미국에서는 친환경차(N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현지 전략형 모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전경.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전경.

5일 현대·기아차(회장 정몽구)에 따르면 회사는 8일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해외 법인장 50여명을 초청해 '2017년 하반기 해외법인장회의'를 개최한다. 현대차 회의는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 회의는 이형근 부회장이 각각 주재한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해외법인장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별도 간담회만 갖고 있다.

이번 해외법인장 회의는 올해 글로벌 시장 분석과 내년 경영계획 수립을 위해 개최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초 내수 129만8000대, 해외 705만2000대 등 지난해보다 12만대 늘어난 825만대를 판매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659만여대에 불과해,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약 707만대)보다 6.8% 가량 감소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판매량은 700만대도 겨우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올해 가장 부진한 시장은 현대·기아차 최대 시장인 중국이다. 중국 현지 브랜드 경쟁력이 강해지고, 지난 3월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반한(反韓)' 감정까지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에서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70만2017대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2688대보다 41.6% 가량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SUV, 픽업트럭 등 시장 주도 차량 라인업 부족으로,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96만9670대 판매에 그쳤다.

판매부진은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8.9%, 기아차는 81.4%로 급락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충당금 적립 영향이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가 '광저우 모터쇼'에서 공개한 중국형 소형 SUV '엔시노(ENCINO, 국내명 코나)'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광저우 모터쇼'에서 공개한 중국형 소형 SUV '엔시노(ENCINO, 국내명 코나)' (제공=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는 내년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전략형 차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소형 SUV '엔시노(국내명 코나)'와 준중형 SUV 'ix35' 신형 모델을 출시한다. 기아차는 볼륨 모델인 '쏘렌토', 'K5' 개조차, '쏘울' 신모델 등을 출시한다. 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BEV) 신모델을 출시한다. 미국시장에는 올 연말 출시하는 '코나', '스팅어' 판매와 내년 출시 예정인 '벨로스터', 신형 '싼타페', 제네시스 'G70' 등 신차 판매에 주력한다.

현대·기아차는 효율적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 각 조직에 최대한 권한과 책임을 넘겨 '자율경영'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해외 주요 시장별로 '권역본부'를 출범하고, 이 권역본부가 해당 지역의 상품 운용, 현지 시장 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 기획·관리하게 된다. 우선 북미(현대·기아차)·인도(현대차)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정몽구 회장과 내외빈들이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을 기념하는 나무를 심고 있다. (제공=기아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내외빈들이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을 기념하는 나무를 심고 있다. (제공=기아자동차)

지난해 멕시코 공장을 준공한 기아차는 조만간 인도 공장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도 지난 9월 본격 가동한 중국 베이징 5공장(충칭공장)의 가동률을 높이며 현지 전략형 신차 개발로 시장 수요 회복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해외법인장회의 이후 현대차그룹은 부사장급 이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