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상생, 결제가 푼다 <上>어음만도 못한 현금 결제

문재인 정부도 어김없이 '상생'을 들고 나왔다. 대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협력방안을 내놨다. 속살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금과 관련됐다. 결국 상생 핵심은 줄 돈을 제대로 제 때 주는 데 있다. 바로 결제다. 중소기업에 자재와 부품 대금이 들어와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본지는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에 맞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결제수단별 문제점을 짚어보고 어음제도 폐지에 따른 상생결제 도입 현황과 개선방안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대기업 1차 협력사인 중소기업 A사는 최근 부도 위기를 겪었다. 거래처에서 갑작스럽게 약속된 대금 지급을 미뤘기 때문이다. 거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A사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음이나 외상매출채권처럼 증빙자료도 없으니 당장 만기지급해야 할 어음은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모아 막았다. 상생협력 차원에서 30일 현금결제 조건이라 안심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금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과 어음, 크게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나뉘지만 납품업체 대부분은 현금을 선호한다. 현금결제를 원하는 이유는 유동성과 안전성이다. 현금 보유고가 높으면 기업 경영상태가 건전해진다. 기업 경영상태가 개선되고 부도 위험이 줄어든다. 기업이 은행에 이자나 수수료를 떼고서라도 현금을 마련하는 이유다. 외담대나 어음 모두 현금을 받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게 중소업계 측 설명이다.

하지만 사실 현금결제는 구매자인 '갑'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에 따르면 현금결제 지급기한은 60일 이내다. 60일 안에만 지급하면 현금 결제로 본다. 두 달 후 돈을 줘도 된다는 의미다. 자료가 없는 외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구매자는 현금결제라는 이유로 아무 증빙자료 없이 두 달간 대금 지급을 미룰 수 있는 셈이다.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부담이다. 자칫 경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어음과 비교해도 나을 게 없다. 어음은 은행에 가서 할인이라도 받는다. 필요할 때 은행에 수수료만 내고 즉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현금결제 지급 기한이 도래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구매 기업 현금 흐름이 좋지 않으면 우선 어음부터 막는다. 현금 결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현금결제는 구매업체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중소 협력업체에 현금으로 결제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일부 대기업에서 현금결제를 내세워 상생을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금결제가 곧 상생결제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어음결제가 안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음은 대급 지금과 유통이 편리하지만 부도 위험이 크다. 지급 가능한 금액 이상으로 어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음 특성인 배서는 연쇄부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배서 자체가 연대 보증을 뜻해서다.

외담대는 어음 단점을 보완한 결제수단이다. 하도급 업체가 결제일 이전에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금이 필요할 때 할인해 쓴다는 점은 어음과 같지만 원청업체가 미리 은행과 대출한도와 금리조건을 약정해야 한다. 덕분에 하도급 업체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원청업체 금리를 적용받는다. 신용등급이 낮아도 저금리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환청구권은 하도급업체에 부담이다. 상환청구권은 원청업체가 외담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은행이 하도급업체에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제도다. 외담대를 이용한 하도급업체가 연대보증을 서는 셈이다. 연쇄부도 우려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관계자는 “단순히 현금결제라고 해서 중소기업에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상생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결제수단별 장·단점 비교

[기획]상생, 결제가 푼다 <上>어음만도 못한 현금 결제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