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과 성장, 노화와 죽음은 생명체가 겪는 생애 주기다. 동식물의 노화와 죽음에 대한 이해는 인류에게 과학과 인문학에서 중요성을 갖는 근본적인 탐구 주제다. DGIST는 뉴바이올로지전공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웰에이징연구센터에서 동식물 노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식물 노화 연구는 노화 조절 유전자 기능에 초점을 맞춰 노화 조절에 관한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해 왔다. 하지만 생애주기를 통합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남홍길 펠로우 연구팀과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은 노화 시계의 실체, 노화 진행의 조절 메커니즘, 노화의 진화 조절 과정, 세포 단위 노화의 생화학 조절 등 융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식물 세포 단위에서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발생하는 생화학, 생물리학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식물 내 광합성 기구의 생화학 반응에 주목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세포크기 물방울의 내부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마이크로 물방울 융합 질량 분석법'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세포 크기 물방울에서 효소 도움 없이 엽록소 분자 중심의 마그네슘 이온이 수소 이온으로 교체되는 탈금속반응이 천 배나 가속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엽록소는 산화되면 광합성 기능을 잃지만 탈금속반응은 엽록소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해 엽록소를 보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엽록소의 탈금속반응이 기존 이론과 달리 효소 작용 없이도 충분히 빠를 수 있음을 제시했다. 광합성 기구를 보호하거나 광합성 효율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단순 화학반응의 차이로만 고려되던 미세물방울 내 분자 반응을 생물학 관점을 적용해 세포 단위 반응으로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했다. 생체 내 세포와 유사한 환경에서 단백질의 상호작용 관찰, 신약 후보 물질 검증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DGIST 웰에이징연구센터는 건강장수를 구현하기 위한 노화 현상의 메커니즘과 제어 기술을 중점 연구하고 있다. 근육, 신경, 혈관, 면역 등 활동성 유지 조직의 유기적인 관계를 밝혀 노인성 질환의 치료 및 예방물질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웰에이징연구센터 박상철 센터장과 이영삼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 연구팀은 '가역적'으로 노화를 회복시킬 수 있는 연구를 수행했다. 'ATM'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하는 'KU-60019' 약물이 리소좀 기능 활성화, 세포 증식 유도 등을 통해 노화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화 동물 모델에서 상처 회복을 촉진시키는 등 노화 세포의 가역적 회복이 가능함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노화는 회복될 수 없다는 기존 학계의 주장을 바꾼 것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퇴행성 뇌질환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웰에이징연구센터는 신경세포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발굴하고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해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윤일 선임연구원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졸의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가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도 진행했다. 천연 한방 물질인 감초의 추출물을 활용한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 가능성도 과학으로 증명했다.
센터는 노화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노화 연구 관련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노화 제어 후보 물질 추가 발굴과 효능을 검증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퇴행성 뇌질환과 같은 노인성 질환의 원인을 규명해 건강장수 시대를 구현할 허브로 성장할 계획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