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결제가 뭐죠? 들은 적은 있는데 현금결제를 하고 있어서 굳이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A대기업 2차 협력업체 대표
“B대기업에서 상생결제를 도입했다고 들었는데, 3차 협력사인 우리한테까지 오겠습니까?”
-B대기업 3차 협력업체 대표
상생결제 핵심은 낙수효과다. 은행이 대금 지급을 보증하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할인 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저금리를 2차, 3차 협력업체도 누릴 수 있게 설계했다.
문제는 상생결제시스템이 1차 협력업체에만 머무르고 후순위 업체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325개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1차 협력업체와 상생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하 협력업체에서는 사용 빈도가 매우 낮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2013년 8월부터 11월까지 대기업-1차 협력업체 간 상생결제 거래액은 173조6907억원이다. 결제 건수는 142만7920건에 달한다.
반면 1차-2차 협력업체 간 상생결제액은 2조550억원으로 전체 거래액 가운데 1.18%에 불과했다. 결제 건수도 2만1516으로 크게 줄었다.
2차-3차 협력업체 간 거래액은 1155건으로 933억원에 그쳤다. 1조원도 안 된다. 1차 협력업체가 대기업에서 받은 금액의 4.54%다. 상생결제 혜택 대부분이 1차 협력업체에 집중된 모양새다.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2차 협력업체 아래로는 미치지 못했다. 1차 협력업체 참여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 지원 부족도 상생결제 확산을 더디게 만들었다. 상생결제를 운영하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올 예산은 1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이 돈으로 인건비와 홍보, 시스템 운영까지 해결해야 한다. 그나마 올해 처음 예산을 받았다. 홍보 예산이 없으니 일일이 찾아가 소개하는 수밖에 없다. 대기업 상생결제 설명회 때 끼어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325개 대기업과 6만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전담 직원은 한 명 뿐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해당 사업이 이관되면서 예산 증액도 받지 못했다. 부랴부랴 중기부를 통해 내년 예산 신청을 했지만 1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체 산업 결제 관련 실태조사나 상생결제 성과분석 자료도 없다. 전체 산업에서 현금과 어음, 상생결제가 각각 차지하는 비중 파악은 물론 상생결제 도입 이후 만족도나 효과도 분석하지 못했다. 도입 초기 작성한 상생결제 효과 시뮬레이션이 전부다.
상생결제 시스템 자체도 민간 기업에서 빌려 쓰고 있다. 예산이 없으니 자체 운영은 꿈도 꾸지 못한다. 때문에 상생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도 제 때 지급하기 어렵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생결제제도 세액공제 대상이 중소기업에서 1차 협력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견기업까지 확대됐다”면서 “낙수효과가 2차·3차 협력업체까지 이어지도록 1차 협력업체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월말 기준 상생결제 누적 현황>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