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충전 방식 세 가지를 혼용해 온 우리나라의 충전기 표준이 하나로 통합된다. 전기차 보급 시작 5년 만에 정부가 제작사별로 각기 다른 규격의 기준 합의를 끌어냈다. 표준 정착에 따른 기기 제작·구축비가 줄고 사용자 편의성과 안전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최근 전기차 충전기(급속) 표준 '콤보(TYPE1)'의 단일화를 골자로 한 국가표준(KSR IEC 61851-1) 개정(권고)안을 수립, 이달 최종 고시한다. 국내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은 대부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 주도하는 만큼 사실상 국가 표준이 시장 도입 기준이 된다.
2013년 전기차 도입 후 국가 전역에 깔린 2000여대의 공용 급속충전기(50㎾h급) 대부분은 '콤보1(TYPE1)', 일본 '차데모(CHAdeMO)' 및 '교류 3상(AC 3상)' 세 가지 규격을 모두 탑재했다. 세계 시장에서 세 종류의 충전 케이블이 달린 충전기를 쓰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규격이 각각 달라 고압 충전 케이블을 물론 개별 변압기 등 추가 장치가 필요했다. 충전 규격별로 통신 등 충전 제어·처리 방식이 달라 충전 고장 발생 및 유지보수·관리 등 어려움이 있었다.
르노삼성과 닛산 고객의 불편이 예상된다. 신규 충전기에는 다른 방식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에 깔린 충전기는 상당 기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한국에 진출한 테슬라는 '타입(Type)2'를 장착, 공용 충전기가 아닌 자체 충전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표원은 지난해부터 국내에 진출한 국내외 전기차 제작사와 업계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10여 차례 실무 간담회를 연 끝에 최근 단일화 합의를 끌어냈다. 콤보(타입1) 단일화 작업엔 국내 전기차와 충전기 업체의 해외 진출, 현재 국내 충전 인프라 접근성 등이 고려됐다. 미국과 유럽 시장이 콤보(타입1)가 주류인 점도 감안했다.
국내 공용충전기 발주처인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표준 개정안을 반영, 당장 내년 충전기 발주부터 콤보(타입1) 하나만 적용키로 방침을 확정했다. 한전은 충전기 업체에 이 같은 내용도 전달했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국가 표준 단일화로 일부 사용자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안전과 편의성 등 장기로 볼 때 당연한 일”이라면서 “단일화 대세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다른 표준 차량을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환영했다.
한국지엠과 BMW를 포함해 현대·기아차도 올해 출시 차량부터 콤보1(타입1)을 적용했다. 르노삼성는 교류 3상, 닛산은 차데모, 테슬라는 '타입(Type)2'를 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