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망 중립성은 원칙 아닌 정책이다

망 중립성은 시대 상황에 맞춰 변화가 불가피한 정책일 뿐 불변의 원칙이 아니다. 국가별로도 상황이 다른 만큼 무조건 미국의 움직임을 따를 이유도 없다. 각국의 현실에 맞게 조율하면 된다. 다만 네트워크 기반 산업의 발전 방향이라는 큰 흐름은 전 세계가 비슷하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자국 산업의 발전 방향과 단계에 맞춰 국제 사회 동향을 분석, 가장 효과 높은 방안을 채택하면 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기존의 망 중립성 원칙의 폐기를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기존의 망 중립성 원칙은 망 사업자(인터넷서비스제공자, ISP)가 특정 웹 콘텐츠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강력한 기준을 마련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폐기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은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미국 방향을 따를 이유는 없다. 이익이 가장 큰 방향으로 합당한 결정을 하면 된다. 망 중립성은 결국 정책의 일환일 뿐이다.

서두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은 세계 최초의 5세대(5G) 상용국 지위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언한 5G 상용화 시점인 2019년 3월까지는 1년밖에 남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평가되는 5G 통신망의 기술 특성으로 인해 망 중립성 원칙은 자체가 혼란으로 작용할 수 있다. 5G 이동통신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은 태생이 차별을 전제로 한다.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술로, 현행 망 중립성 개념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실제로 5G 도입을 앞둔 국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망 중립성 개념 정립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우리 선택이다. 미국과 유럽 등 네트워크·통신 선 도입국의 경험과 현황을 참조하되 최종 결론은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망 중립성은 '정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