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병원이 정보통신기술(ICT)에 투자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에 평균 1%가 채 안 된다. 여전히 많은 병원이 설비 운영과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산업무로 여긴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경영효율, 환자 유치, 서비스 고도화, 연구개발(R&D) 등 전 영역에서 ICT 역량이 요구된다. 최전선에 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있다. 이들을 만나 우리나라 의료 IT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병원 CIO는 우리 몸에 비유하자면 신경계와 유사합니다. 여러 정보를 모아 몸속 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을 돕기 때문입니다.”
이인식 건국대병원 의료정보실장은 병원 내 CIO 역할을 신경계와 같다고 정의했다. 신경계는 생명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수집·분석해 신체 활동을 조절·통제한다.
과거 전산직원이 총괄했던 병원 ICT 업무가 의료정보실로 격상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부터다. 인프라 운영과 도입, 중장기 정보화전략 수립까지 담당할 병원 CIO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상급종합병원 수준에서 이뤄지지만 종합병원급에서도 의료정보 전담부서나 직책 수요가 늘고 있다.
이 실장도 병원 이전과 함께 전자의무기록(EMR) 구축에 참여하면서 ICT 업무를 처음 접했다. 당시 새 병원 정보화 시스템 구축을 책임지면서 국내에서 두 번째 풀(Full) EMR 구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실장은 “2005년 건국대병원 개원을 앞두고 진료지원실장을 맡아 1년 정도 시스템 구축과 안정화 작업을 총괄했다”면서 “기술 이해는 부족했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개발 알고리즘을 이해하면서 CIO 역할을 조금씩 깨우쳤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은 2005년 신축 개원 후 빠른 성장을 거듭한다. 7년 만에 수도권 신축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됐다. 외래환자 수는 물론 연구지원센터 등 R&D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 실장은 병원 외형 성장이 한창인 2013년 의료정보실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CIO 업무를 시작했다. 고충도 많았다. 병원 CIO가 힘든 것은 사용자(의료진)와 경영진을 모두 설득·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겪는 다양한 불편과 요구사항을 수용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 실장은 “각 부서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부임 초기 전산요구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데 주력했다”면서 “많은 병원 경영진은 ICT 투자가 수익성이 없는 SOC 투자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 설득과 함께 경영진을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실장에 당면한 과제는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의료 빅데이터, 유전체 정보 등 의료 분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전략을 수립 중이다. 2015년부터 진행한 차세대 시스템 개발 사업도 올해 WAS 고도화, HW 도입을 마무리 지었다. 내년 모바일 시스템, UI-UX와 신규 데이터웨어하우스(DW)도 도입한다.
이 실장은 “건국대병원은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 개발 목적으로 삼되 내부 IT 역량 축적을 위해 자체 개발에 집중 한다”며 “데이터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 방안을 수립해 상급종합병원 의료 IT 리더가 되게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식 건국대병원 의료정보실장은>
1995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의학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4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활의학과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2012년~2013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재활의학교실, 듀크 통증 클리닉 연수를 마쳤다. 현재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건국대병원 의료정보실장을 맡고 있다. 대한재활의학회 진료지침·학술위원, 대한스포츠운동과학의학회 감사, 대한의료정보학회 병원협력 이사, 의료정보리더스포럼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 중이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