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금융IT 1세대 '푸른 넥타이 은행원'의 은퇴...조용찬 IBK시스템 대표](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3547_20171213143026_528_0001.jpg)
“매일 아침 은행 전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기를 기도하며 파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30년 간 금융 IT전문가로 일해 왔습니다.”
기업은행 차세대시스템,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성공적으로 이끈 조용찬 IBK시스템 대표가 13일 퇴임했다. 상고를 졸업해 일반 행원으로 입행, IBK시스템 대표까지 올라 금융 IT인재의 길잡이가 됐던 조 대표는 퇴임하는 날까지도 푸른색 넥타이를 고집했다.
조 대표는 “시스템을 관제할 때 정상적으로 거래가 흘러가는 모습이 초록색 점으로 표시되는 반면 거래가 꽉 차거나 장애가 발생하면 빨갛게 변한다”며 “옷장을 뒤져도 대부분 푸른색 계열 넥타이 밖에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 대표는 1975년 기업은행 일반 행원으로 입사해 40여 년간 금융인으로 생활했다. 기업은행에서 지점장과 IT금융개발부장, 정보보호센터장을 역임했고 2012년 IT본부 부행장으로 취임해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총괄했다. 2015년 12월 IBK시스템 대표로 자리를 옮겨 2년간 IBK신용정보, DGB캐피탈, 애큐온캐피탈 등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포스트차세대 시스템 구축할 때는 초기 주 사업자였던 삼성SDS가 빠지면서 참여 직원이 동요했다. 방대한 은행업무로 처음 계획했던 것 보다 많은 개발 비용이 들어 개발사를 직접 설득하러 다니기도 했다.
조 대표는 “초기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비용문제로 개발사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직원과 동고동락하며 함께 극복했다”며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섰던 경기도 수지IT센터 근처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기업은행의 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표를 일반 행원에서 대표까지 이끌게 한 것은 무엇보다 일에 대한 열정이다. 열정은 초임 행원시절부터 대표까지 이어졌다.
조 대표는 “행원시절 서류정리를 위해 주말에 나오기도 했고, IT분야로 옮긴 후에는 현업 경험을 전산에 접목하기 위해 일을 찾아다녔다”며 “은행에서 쓰이는 다양한 전표를 지금 같은 통장사이즈 크기로 도입했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약 30분간 진행한 퇴임식에서도 직원을 향한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조 대표는 퇴임사에서 현재 병원 입원해 있는 직원 이름을 한 명씩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IT는 인생의 전부였고, 천직이이며 IBK는 때로는 집, 세상을 배우는 학교, 꿈을 펼치는 터전이었다”며 “IBK시스템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고 직원과 그 가족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