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전기버스 제조사들이 경쟁력을 높인 신차를 선보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주전에 나선다. 배터리와 주행성능 등 기술력을 강조한 국산 버스와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검증받은 중국 버스가 치열한 접전을 펼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 인증을 통과한 국내외 전기버스 제조사는 7곳이다. 국내 업체는 현대자동차·자일대우버스·에디슨모터스(옛 TGM)·우진산전 4곳, 중국 업체는 에빅·포톤·비야디(BYD) 3곳이다. 현재 인증 막바지 단계인 중국 하이거를 포함하면 모두 8곳으로 늘어난다.
안정적인 주행거리 확보는 시내버스로 활용될 전기버스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면에서는 국산 버스가 중국 버스를 압도한다. 우수한 출력을 지닌 국산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일렉시티는 국내에 시판 중인 전기버스 중 가장 긴 319㎞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일렉시티는 장거리 노선에서 충전 없이 3~4회를 연속 운행할 수 있다. 자일대우버스 BS110CN-EV(200㎞), 에디슨모터스 eFIBIRD(178㎞), 우진산전 아폴로(212㎞) 등 국산 버스들은 모두 200km 안팎의 주행거리를 갖췄다.
반면 중국 버스인 에빅 엔비온(102㎞), 포톤 그린어스(120㎞), BYD eBUS-7(200㎞), 하이거 KLQ6109GEV(130㎞) 등은 100~2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주행거리가 짧아 장거리 노선보다 단거리 노선에 적합하다.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 여름철이나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겨울철 등 상황에 따라 1~2회 운행 후 충전을 해야 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는 중국 버스가 국산 버스를 크게 앞선다. 중국 전기버스 가격(전장 11m, 저상 시내버스 기본형 기준)은 3억원 중후반대로 국산보다 30%가량 저렴하다. 영업용으로 활용되는 전기버스 특성상 사업자들은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중국 버스인 에빅 엔비온은 3억5000만원, 포톤 그린어스는 3억7000만원 수준에 판매된다. 국산 중에는 현대차 일렉시티가 4억원 후반대로 가장 비싸고, 나머지 모델들도 4억원 중반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안전·편의사양을 추가할 경우 국산 전기버스 가격은 5억원대까지 치솟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양산을 통해 품질을 검증한 것도 중국 전기버스 강점이다. 주행거리가 긴 시내버스는 우수한 내구성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춰야 한다.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 BYD의 경우 지난해 1만3278대의 전기버스를 중국은 물론 유럽, 미국 등에 판매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8개 제조사가 뛰어들면서 한·중 간 팽팽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면서 “내년 한정된 전기버스 공급을 놓고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와 성능을 앞세운 한국 업체가 치열한 판촉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