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안방에서 불거진 韓·中 전기버스 대전

우리나라 전기버스 시장이 한국과 중국 업체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양국 산업계는 국내 시장을 세계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중국은 국내 시장 검증을 통해 '저가·저품질'의 중국산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수준의 완성차 경쟁력을 높여가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업체 역시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배터리·충전방식 다양성을 추구하며 최상의 모델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새해 150대 규모의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정부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중국 업체는 글로벌 상용차 시장 1위 포톤(FOTON)·비야디(BYD)·에빅(AVIC)·하이거(HIGER) 등이다. 한국은 현대차와 대우자일버스, 중소기업 에디슨모터스(옛 TGM)·우진산전 등이 시장 경쟁에 나선다.

최근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중국 전기버스 판매량 1위 BYD의 7미터급 전기버스 'eBus-7'.
최근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중국 전기버스 판매량 1위 BYD의 7미터급 전기버스 'eBus-7'.

◇中, 한국시장 선점이 곧 해외시장 발판

중국 전기버스 시장은 연간 5~6만대 규모로 성장하며 승용 전기차에 이어 독보적인 세계 1위다. 중국 전기버스 산업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규제과 지원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내수 시장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 BYD나 베이징모터스그룹 자회사인 포톤 등은 이미 2013년부터 유럽·미국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시간·물질 투자 대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배터리 주행 성능이나 차량 디자인 등 완성도에서 글로벌 수준의 완성차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시장 반응에서다.

이에 중국 업계는 초기 시장이면서, 시장 반응이 빨라 제품 및 전략 수정에 유리한 한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잡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국내 경험을 통해 확보한다는 의도다. 심지어 대다수 업체는 중국형 배터리까지 포기한다는 전략적 판단까지 한 상태다.

중국 완성차 업체 한국지사 대표는 “중국 버스 업계는 당초 거대 내수시장을 무기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밀어붙였지만, 해외 만큼은 전기차용으로 가장 범용적이면서 우수한 성능의 리튬이온(삼원계)배터리 채용을 확정했다”며 “한국 시장의 빠른 선점은 해외 진출 기회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 시장 경험을 통해 배터리뿐 아니라 차체 디자인, 실내외 마감 등을 제품 전반의 완성도를 높이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국내 전기버스 업계는 제품 완성도에선 우위를 확신하면서도 값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버스가 초기 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기버스는 일반 내연기관 버스에 비해 가격이 두 배 가량 높기 때문에 기본적인 성능만 갖춘다면 시장 경쟁은 결국 가격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내 전기버스 제작사 대표는 “전기버스 가격에서 중국산과 국산 많게는 20~30% 차이가 난다”며 “한국 정부의 보조금 자격까지 획득한 중국 업체가 벌써 4곳이고, 국산도 4곳 정도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베이징모터스그룹 상용차 계열사인 포톤 전기버스 생산공장(북경소재). 포톤은 북경시 등으로부터 올해에만 전기버스 6000대 주문을 받은 상태다.
베이징모터스그룹 상용차 계열사인 포톤 전기버스 생산공장(북경소재). 포톤은 북경시 등으로부터 올해에만 전기버스 6000대 주문을 받은 상태다.
[이슈분석]안방에서 불거진 韓·中 전기버스 대전

◇韓, 고성능 모델 다양화로 내수시장 지킨다

한국 전기버스 업계는 중국산으로부터 내수 시장을 지키면서 해외 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하는데 전력을 쏟는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에 맞설 대안으로 고성능과 제품 다양성을 추구하며 시장 선택을 받기 위한 최상의 모델 개발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국내 전기버스는 세계적으로 검증된 국산(LG화학·삼성SDI)배터리를 채용해 중국산에 비해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

국내 전기버스 공급 실적이 가장 많은 에디슨모터스(옛 TGM)은 국산 배터리를 기반으로 일반 충전 방식뿐 아니라 무선충전과 배터리 자동 교환형 기술을 경험하며 시장 다양성을 확보했다. 또 업계 최초로 차제 외관에 탄소섬유 강화 프리프레그 복합 소재를 채택해 동급대비 2.5톤의 경량화를 실현, 전기구동 등 에너지효율을 높였다.

우진산전은 자체 배터리팩 기술로 고객의 주행성능 요구에 맞게 170㎾h·100㎾h 등 용량을 선택하도록 제품을 다양화시켰다. 배터리 용량과 가격·차중량이 비례하기 때문에 고객 요구를 고려한 전략이다. 또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제작, 겨울철 염화칼슘에도 차체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폐차 시 자원재생률도 유럽기준(70%)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작해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

현대차는 국내 업계 최초로 유럽 표준인 '콤보 타입2' 충전 방식을 채용했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 대용량(256㎾h급) 배터리를 장착했기 때문에 보다 충전(150㎾급)성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다소 무게운 차 중량이나 초고속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는 단점은 있지만, 주행성능만큼은 압도적이다.

국내 전기버스 제작사 대표는 “반드시 중국산을 의식하기 보다는 글로벌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량화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국내 시장 이미지를 재고를 위해 성능이 검증된 리튬이온 배터리 장착을 시장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