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두 어플라이드 대표 "반·디 투자, 시작에 불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데이터가 얼마나 더 폭증하고 이에 따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가늠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일정 기간마다 반복되는 산업 사이클 상 내년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주춤하더라도 큰 그림에서 보면 투자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강인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 대표 (사진=어플라이드)
강인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 대표 (사진=어플라이드)

강인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 대표는 14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2017 어플라이드 포럼'을 개최하고 이 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글로벌 1위 장비기업인 어플라이드는 폭발적인 데이터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표는 “가장 큰 고민은 내년도 매출과 성장폭을 가늠하는 게 아니라 향후 데이터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 규명하기 힘든 점”이라며 “시장이 빠르게 2배, 3배 이상 커질 때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성장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고 OLED 디스플레이로 시장 중심이 이동하면서 까다로운 기술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 장비 업계 숙제가 됐다. 공정에 필요한 장비가 늘면서 투자비용도 증가했다.

강 대표는 “가트너와 조사한 결과 전자기기 내 반도체 비중은 2013년 21%에서 2017년 25% 이상, 디스플레이 비중은 8% 수준을 유지했다”며 “같은 기간 반도체 업계에서 반도체 제조설비 비중은 9%에서 11%, 디스플레이 업계서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비중은 6%에서 14%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기본 저장 용량이 늘어나고 대화면 고해상도 수요가 증가하는 등 전자기기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부가가치가 훨씬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어플라이드는 이 같은 변화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장이 올해 막 등장했고 아직 초기 수준의 일부 응용 서비스만 선보였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단말에서 가까운 클라우드로 보내 빠르게 처리하는 에지 컴퓨팅도 떠오르는 신기술이다.

인공지능 서버는 기존 서버보다 메모리는 4배, 로직은 8배가량 더 필요하다. 특히 로직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같은 양을 생산하려면 투자비가 약 3배 더 필요하다.

강 대표는 “현재 반도체 시장을 슈퍼 사이클 수준으로 보기 힘들지만 어쨌든 주기가 반복된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은 메모리와 플래시메모리의 강점은 유지하되 로직 분야 기술을 빠르게 성장시켜야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수요기업,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 장비기업이 서로 전략을 공유해 투자함으로써 통합 솔루션을 만들어낼 필요성도 더 커진다고 내다봤다.

강 대표는 “네이버, 구글 등 가장 앞단의 데이터 수요기업이 필요한 기술 사양을 정의하고 반도체 기업은 이에 맞게 칩을 디자인하며 장비 기업은 이런 수요를 반영해 장비를 공급하는 통합 솔루션 형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략과 투자를 결합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본사는 지난 10월 종료한 2017년 회계연도에 매출 145억달러(약 15조7470억원)를 달성했다. 이 중 약 18억달러(약 1조9548억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사업부문별로 반도체 65%, 글로벌 서비스 21%, 디스플레이와 유관시장 13%, 법인과 기타 1% 비중이다.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증가해 국가별 매출 중 가장 큰 28%(약 4조3000억원) 비중을 차지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