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의 자격 기준을 세분화했다. 누구나 사용하는 공용 충전 사업은 종전 방식을 유지하지만 전기차 고객 개인만 사용하는 비공용 충전 사업의 경우 충전기 전문 제작사만 참여하도록 제한된다. 시스템통합(SI) 형태의 대기업을 거치지 않고 고객과 충전기 제작사 간에 직접 거래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전기차·충전 업계 등을 대상으로 한 '2018년도 전기차 민간 보급 사업 발표회'에서 비공용 충전사업자 자격을 충전기 전문 제작사로 제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충전기 제조·생산이 가능한 공장등록(증)과 제품 원가산출내역서 제출을 포함해 일정 인원 이상의 개발 인력을 갖춰야만 비공용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공용 충전 사업 형태도 바뀐다. 서비스 사업자가 영업·구축·운영을 주도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새해부터는 고객이 충전기 제작사를 먼저 선택한 후 설치·운영 업체(서비스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에버온, 지엔텔, 포스코ICT,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한충전), KT 등 정부가 정한 충전사업자 5개사 모두 사업 참여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시그넷, 중앙제어, 피앤이시스템즈, 대영채비, 클린일렉스 등 중소기업 중심인 충전기 업체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올해 충전기(완속·7㎾h) 1만5000대 보급 사업에 공용과 비공용 비율이 대략 50대50인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 대기업은 사업 절반 가까이를 놓치게 된다.
가장 큰 파장은 현대차의 충전 사업에서 예고됐다. 현대차는 내년에 전기차 1만8000대를 판매할 계획으로 최근 포스코ICT, 한충전, KT, 대영채비를 우선사업자로 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비공용 고객이어서 충전기 제작사가 아닌 포스코ICT, 한충전, KT 등은 사업 참여가 어렵다.
정부 결정으로 현대차의 내년도 비공용 충전기 전담 사업자로 선정된 KT, 포스코ICT, 한충전 등은 사업 자격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갑작스런 사업 규제로 충전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새해를 불과 2주일 남겨 둔 시점에서 준비 기간 부족으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불만이다.
대기업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보조금 축소에는 공감하지만 진행해 오던 사업 영역 참여 요건을 갑자기 변경하는 건 중장기 전략과 계획에 따라 사업하는 기업 입장에선 치명타”라면서 “인력이나 시스템 등에 투자를 체계화해서 준비해 왔지만 갑작스런 기준 변경으로 고객뿐만 아니라 자동차 회사까지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내년에는 전체 충전기 보조금도 줄어든다. 민간 보급 물량이 올해 1만4000대에서 2만대 이상으로 늘기 때문이다. 충전기 접근이 자유롭게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공유형 충전기는 올해 최대 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100만원 줄어든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충전기는 400만원에서 320만원, 개인용 비공용 충전기는 3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보조금이 각각 축소된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