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구조조정 시장 민간 중심 자본시장 전환 물꼬...은행권 우량 채권 매각 방안 마련해야

기업구조혁신펀드 출범은 그간 국책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던 구조조정 시장을 사모펀드(PEF) 등 자본시장이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기 중 손실 실현을 피하기 위해 적시에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했던 은행권의 관행을 개선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해 회생가능 기업과 퇴출기업을 시장이 직접 선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18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새 정부의 기업구조혁신 지원 방안'에는 한국성장금융에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설치하는 방안이 주된 내용으로 담겼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성장사다리펀드, 모태펀드 등과 같이 재간접펀드 형태로 조성된다. 모펀드 운용을 한국성장금융이 맡고, 한국성장금융은 시장 여건을 파악해 자펀드 출자 사업을 공고하면 자펀드 운용사가 민간 자금을 끌여들여 펀드를 결성하는 형태다.

자펀드 위탁운용사는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선정한다. 기업재무안정 PEF는 경영권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구조개선 대상 기업의 주식,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부실채권(NPL), 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구조혁신펀드 조성으로 그간 채권단 중심으로 돌아가던 구조조정 시장 참여자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앞서 유암코(연합자산관리)에 기업구조조정본부를 설치해 산업은행 비금융자회사 79곳을 패키지로 사들이며 구조조정 시장 민간 거래의 첫 물꼬를 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유암코가 사들인 한계기업 대부분이 “산업은행에서 PEF로 주인만 바뀐 형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가 별도 펀드를 조성해 자본시장의 주요 참여자를 구조조정 시장으로 유도하는 것도 이런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성장사다리펀드가 성장 단계 유망 기업에 투자해 성과를 거둔 것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도 시장 손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기업구조혁신펀드 출범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금융투자업계다. 특히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민간 출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생 가능성이 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초대형 IB 시행을 앞둔 증권사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망 투자 분야”라며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까지 편입이 가능한 만큼 다양한 형태로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협조 여부는 기업구조혁신펀드 성공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캠코에 기업구조혁신 지원센터를 설치한 이유도 구조조정에 나설 기업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원센터에서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보유한 부실기업 채권과 회생법원을 거친 회생기업 명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과거 관행대로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에도 자금 회수를 낙관해 우량 채권 매각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모펀드도 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줄어든다”면서 “채권단 차원의 명확한 채권 매각 기준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전문가 확보도 기업구조혁신펀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전문성이 없는 정부 '낙하산' 인사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정상화 과정을 지원한 전문 경영인 육성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내년 3월 중으로 세부 사업 공고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