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미래 원자력기술 발전전략'은 원전 산업의 미래 경쟁력보다 현 정부 정책 목표 달성과 원전 해체 시장 개척이라는 '급한 불 끄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발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을 감안하면 새로운 분야 R&D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원자력 기술 응용·융합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원전 안전·해체 기술 연구를 강화하는 게 이번 전략의 핵심이다. 2021년까지 96개 원전 해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R&D 과제를 제시했다. 가동 원전 안전성 확보, 방호·방재 기술 고도화 기술 개발, 첨단 안전기술 개발 지원에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
원전 안전 연구 시스템은 현장 수요 중심으로 개편한다. 기존에는 연구자와 전문가 제안 중심으로 안전 연구가 이뤄졌다. 새 발전전략은 원전 사고를 분석하고 수요를 조사해 현장 활용성을 높인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대형 국책 사업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대규모 지하연구시설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준비 중이다. 연구 시설은 핵 폐기물의 직접 처분 기술을 실증하는 데 활용된다. 폐기물 관리 기술 개발에도 내년에만 122억원을 투자한다.
원전 가동·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핵 폐기물 처리가 당면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련 R&D와 시설 건립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는 건 원자력 R&D 중심이 '발전'이 아닌 '해체'와 '사후관리'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사용후핵연료의 특성 평가, 운반·저장, 처분기술 등 전주기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원자력연구원 시설만으로는 직접처분 기술을 실증하기 어렵다”면서 “산업부와 공동으로 더 큰 규모 지하연구시설을 짓고, 향후 확보한 처분 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그 동안 확보한 원자력 기술 적용 분야를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의료·바이오, 우주, 국방, 해양·극지 등으로 확장한다.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도입하고 맞춤 진단·치료 등 방사선 응용 분야 투자를 강화한다.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 기술 기반의 연구중심병원으로 육성한다. 2019년 방사성동위원소 치료기술 개발 플랫폼을 구축한다. 과기정통부는 우주 부품의 고방사선 인증, 해양 원자력 시스템 개발, 중성자 비파괴 검사 기술 개발 등 원자력 활용 연구를 지원한다.
정부는 방사선 기술이 집약된 지역을 신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나로 연구로가 위치한 대전 지역을 신소재 연구개발 거점으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기술 개발 플랫폼이 구축되는 서울을 신약 개발 지원 서비스 특성화단지로 육성하는 식이다. 이들 기술·시설 활용 기업을 집적화하고 기술사업화를 지원한다.
인력 정책도 안전 기술 중심으로 전환한다. 내년 '원자력 안전연구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신설한다. 대학의 연구,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안전 연구 중심으로 바꾼다. 이론보다 국내·외 시설을 활용한 현장 맞춤 교육 훈련에 무게를 둔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새 발전전략은 문재인 정부 원자력 R&D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한국이 보유한 원자력 역량을 수출하고, 다른 분야와 융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혁신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