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상생안 딜레마…후발 업체 '벙어리 냉가슴'

편의점 업계, 상생안 딜레마…후발 업체 '벙어리 냉가슴'

내년 1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편의점 업계가 상생안 마련에 분주하다. 본사는 점주 이탈을 방지하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상생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점주의 반발을 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1일 △가맹점 생애 관리 프로그램 도입에 연 800억~900억원 지원 △점포 운영 시스템 고도화에 5년 간 총 6000억 투자 △스태프 케어 기금 조성 및 기초 고용 질서 준수 등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 협약을 공개했다.

앞서 GS25는 지난 7월 점주들의 경영활동 지원에 9000억원을 지원하는 상생안을 발표했다. GS25는 △최저수입 보장 금액 400억원 직접 지원 △심야시간 운영점포 전기료 350억원 직접 지원 △매출 활성화 솔루션 구축비 5000억원 투자 △편의점 근처 출점 자제 △사회공익기능 확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GS25가 가맹점주에게 임금 인상에 따라 직접 지원하는 금액은 3750억원 가량이다. 5년간 해마다 75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는 한 해 영업이익의 35.2%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 1·2위가 선제적으로 상생안을 발표하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등 경쟁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본사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점주들이 반대위원회를 구성하고 청와대 청원을 준비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U가맹점주협의회는 상생안 전면 무효를 선언하며 기존 집행부 일괄 사퇴 후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 본사와 재협상에 나서는 등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상생안이 회사 의무사항도 아니고 법적 제재력도 없어 점주들의 불만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점주와 상생을 위한 선의 차원에서 연간 수백억원들 들여 상생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점주들의 반발에 나쁜 기업으로 인식되는 프레임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또한 CU와 GS25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으로서는 수백억원대의 지원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세븐일레븐의 영업이익은 490억원, 미니스톱은 34억원으로 CU(1970억원), GS25(2132억원)와 격차가 크다.

세븐일레븐은 연내 발표를 목표로 가맹점주협의회와 합의안을 도출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니스톱은 가맹점주협의회와 점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연내 발표는 현실적으로 힘들고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1·2위 업체가 큰 폭의 상생안을 마련했지만 점주들 반발이 거세져 후발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상생안 발표에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