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이사회 대수술?...체질개선 어떻게

한국벤처투자의 이사회 구성이 대폭 확대된다. 정부 관계자로만 채워진 이사회 구성을 대폭 늘려 민간 의견을 수렴하고 외부 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모태펀드 이사회 대수술?...체질개선 어떻게

중소벤처기업부 승격과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을 계기로 모태펀드 체질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5일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모태펀드를 운용 기관인 한국벤처투자 이사회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내년 초 발의할 벤처투자촉진법에 담을 계획이다. 내년 1월 벤처투자촉진법 제정과 함께 모태펀드운용방침, 벤처확인제도를 일제히 발표할 계획이다.

그간 한국벤처투자 이사회는 정부와 공공기관 담당 임직원만으로 구성됐다.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1인과 중소벤처기업부 담당 공무원, 한국벤처투자 지분 100%를 보유한 중소기업진흥공단 담당 임원이 맡고 있다. 이사회를 견제해야 할 감사 조차 전직 중기청 출신 인사로 자리를 채웠다.

한국벤처투자는 대표이사 임기 만료에도 불구 후임자 공모 절차에 나서지 못했다. 공무원으로만 채워진 이사회 구성으로 대표이사 사임 이후 직무대행을 맡을 내부 이사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강래 한국벤처투자 대표 임기는 지난 10월로 끝났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민간 중심으로 벤처투자 생태계를 전환하겠다고 이야기해 왔지만 정작 한국벤처투자는 창업투자회사만도 못한 지배구조로 운영됐다”며 “이제라도 벤처투자 생태계에 걸맞는 위상을 재정립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모태펀드 운영 방식을 민간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홍 장관은 “벤처캐피털(VC) 시장을 민간에 넘기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민간이 시장을 살리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모태펀드 운용계획 수립과 변경 등 심의의견을 결정하는 모태펀드운용협의회도 중진공, 특허청, 문화부 등 출자기관과 중기부, 한국벤처투자 등 정부 공무원 일색이다. 시장 여건에 맞지 않는 외부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반영되기 힘든 구조다.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른 기관과 비교해도 한국벤처투자는 외부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못하는 구조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사내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상위에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중장기 투자정책과 재무상태 변경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운영위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정부 관계자 뿐 아니라 민간위원이 참여한다. 정부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하지 않도록 과반 이상은 반드시 민간위원으로 채운다.

국민연금공단도 마찬가지다. 이사회와는 별도로 심의위원회, 운용위원회, 전문위원회 등을 구성해 정치 책임성과 기금운용 성과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사회 개편 과정에서도 한국벤처투자를 금융형 공공기관으로 재정립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KIC, 국민연금공단 등과 마찬가지로 임원과 이사회, 감사와 기금운용심의회 등 책임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 벤처캐피털업체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처럼 체계를 갖춘 공공기관조차 정부 한 마디에 투자 방침이 바뀌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며 “18조원에 이르는 돈을 관리하는 공공기관 지배구조가 외부 견제 장치가 없다는 점은 논란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모태펀드 이사회 구성 뿐만 아니라 현재 일반 창투사로 규정돼 있는 한국벤처투자의 법률적 위상을 벤처투자촉진법을 계기로 새롭게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