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에 택시 잡기 어렵기로 소문이 난 서울 영등포 번화가에서 카풀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봤다. 목적지인 집까지 이동 거리는 4㎞ 남짓. 가까운 거리 탓에 카카오택시 앱으로도 택시 부르기는 만만치 않은 조건이다.
카풀 앱을 켜고 목적지를 설정한 뒤 호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었다. 놀랍게도 2분이 채 안 돼 드라이버와 연결됐다는 진동이 울렸다. 드라이버 사진과 함께 차량 종류, 번호판이 앱에 떠올랐다. 해당 드라이버가 그동안 다른 탑승객으로부터 받은 평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은 쾌적하며, 드라이버는 매우 친절하다'는 설명이 덧붙어 있었다.
서비스 전반에 걸친 내용은 카카오택시를 연상케 했다. 스마트폰 지도에 차량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이 표시됐다. 다만 선불제처럼 가격이 미리 명시돼 있다는 게 달랐다. 카풀 업체가 나눠 주는 쿠폰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예상 비용으로 5630원이 나왔다. 평소 7000원 가까이 찍힌 택시미터 요금보다 20~30% 저렴했다. 5분여를 더 기다리자 차량이 도착했다. 뽑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아반떼 승용차였다. 차 안은 은은한 향수 냄새로 가득했다.
이번을 포함해 10번을 운행했다는 남성 드라이버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했다. 타자마자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해 달라며 의자 조절 방법, 안전띠 위치를 알려줬다. 그는 “기름 값이라도 벌어 볼 요량으로 카풀 앱을 시작했다”면서 “대화도 즐기는 편이어서 출·퇴근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콜을 잡는다”고 말했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카풀 앱을 둘러싼 불법 논란으로 옮아갔다. 현재 뜨거운 감자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 도입이었다. 카풀 업계는 출·퇴근 시간 범위를 유연하게 판단하자고 주장하는 반면에 택시업계를 비롯해 규제 기관은 보수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는 이 같은 입장 차이에 헛웃음을 지었다. “수수료 20%를 빼고 나면 한 달 동안 부지런히 태워도 기름 값 버는 게 전부인데 누가 직업으로 삼겠냐”면서 “정말 문제가 된다면 시스템으로 보완하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차는 20여분 만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곧바로 드라이버 평가 질문지가 앱으로 발송됐다. 운전 매너와 차량 상태를 평가할 수 있었다. 비용은 미리 등록해 둔 카드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갔다.
앱을 켜고 다른 차량을 불렀다. 이번에도 금방 연결됐다는 신호가 떴다. 외제차 폭스바겐을 탈 기회를 잡았다. 서울 노량진으로 4㎞ 정도를 다시 달렸다.
카풀 앱 안전성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폭스바겐 운전자는 “카풀 앱 드라이버가 되려면 면접도 봐야 하고 나름대로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면서 “현재 누구와 차를 타고 있는지 공개되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여성 탑승객은 위험할 수 있지 않으냐고 묻자 이 운전자는 “카풀 앱 쓰는 사람 대부분의 경제관이 알뜰하다 보니 여성을 태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재는 여성 탑승객이 동성 드라이버 차량만 골라 탈 수 없다. 이 점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