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택시 vs 카풀 앱 논쟁 핵심은

카풀 앱 시연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카풀 앱 시연 모습.(사진=현대자동차)

기득권이 있는 전통 산업군에 새로운 개척자가 들어오기란 쉽지 않다. 기득권뿐만 아니라 촘촘한 법과 제도가 이중, 삼중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분야가 승차공유다. 황금알을 낳는 것도 아닌, 생존권을 걱정해야 하는 택시업계와 4차 산업혁명 선봉에 선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업계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모습이다. 두 업계의 다툼은 설상가상 카풀 앱 드라이버가 재판을 받는 형국으로 치달았다. 두 업계가 주장하는 다툼의 쟁점을 정리해 본다.

◇위법 vs 적법=택시업계는 강한 견제구를 날린다. 유상 운송이 불법임을 강조한다. 카풀을 허용한 법 취지가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나머지 시간대는 모두 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엔 택시업계의 열악한 사정이 포함돼 있다. 택시 차량 가격은 10년 새 2~3배 올랐지만 요금은 제자리걸음이다. 택시회사, 기사 모두 생존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카풀 앱 업계는 이 같은 주장에 출퇴근 시간 개념이 법이 만들어질 때와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출퇴근 유연제 등 새로운 흐름을 옛날 잣대로 재단한다는 것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예외 조항을 들어 반대 논리를 편다. 카풀 앱 업계는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하는 카풀 앱 드라이버는 탈퇴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불분명한 법 때문에 범법자 위기에 놓인 이용자는 전력을 다해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안전망 없다 vs 있다=택시업계는 영업용 차량 보험에 가입해 있어서 사고 보상 범위가 넓지만 카풀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택시 운전기사를 채용할 때 범죄 경력 조회 같은 신분 검증 절차를 밟는데 카풀은 누구나 차를 몰 수 있어 사건·사고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한다.

카풀 앱 업계는 이용자와 매칭 때부터 드라이버의 차량·인력 정보 등이 탑승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오히려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을 폈다. 이 정보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알릴 수 있다. 탑승자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고, 매칭 즉시 보험이 자동 적용되기 때문에 보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풀 앱 업계는 또 총 300만회 누적 매칭 가운데 사고는 경미한 접촉 사고 단 두 건뿐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카풀 앱 드라이버가 매일 출퇴근하는 길에 다른 사람을 태우는 것이 오히려 안전운전을 유도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생존권 사수 vs 공유경제 활성화=택시업계는 지난달 서울시청 앞에서 '자가용 불법 카풀 행위 근절' 결의대회를 열었다. 업계는 공유경제를 빌미로 카풀 앱 업계가 불법 유상 운송 행위를 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 서울시에 강력한 단속과 법안 취약 부분 개정을 주장했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카풀 앱 규제 개선 토론회도 항의 방문, 무산시켰다. 또 지난 21~22일 이틀 동안 열릴 예정이던 4차산업혁명위원회 주최의 끝장토론은 택시업계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택시업계는 조그만 틈 하나에 둑 전체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카풀 앱 업계는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스타트업의 시도가 기득권과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도로 가로막혔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출퇴근 시간 유연제를 관습대로 적용해선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근로자의 3분의 1 정도가 출퇴근시간 유연제에 따라 근무하고 있다. 또 카풀 앱 업계는 금연·흡연 차량 선택, 뒷자리 선호 등 드라이버와 탑승자 간 매칭 정확도까지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재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 비용 낭비라고 지적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