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년기획]자동차, 수출 경쟁력 확보 총력…환율·유가는 변수

2018년 자동차 업계는 수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동안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중국 시장에서 벗어나 인도·브라질·러시아 등 떠오르는 신흥 시장 공략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450만대 수준으로, 내수를 제외하면 300만대 이상을 수출해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수출 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와 환율 변수는 업계가 넘어서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라인 모습.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라인 모습.

◇美·中 수요 둔화…현지화로 신흥 시장 승부수

자동차 업계는 새해 수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새해 자동차 최대 수요국인 미국·중국 시장 성장 둔화로 신차 수요가 정체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현지 업체와의 경쟁 과열 여파로 한국차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국 시장은 새해 구매세 인하 정책 종료로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 역시 금리 상승에 따른 신차 구매 부담 증가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소폭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는 인도·브라질·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인도는 구매 심리 개선과 자동차 보급률 확대로 8% 이상 증가세가 점쳐진다. 브라질도 경기 회복과 신차 도입 영향으로 7%대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가장 큰 성장률이 예상되는 곳은 러시아다. 꾸준한 경기 회복세와 금리 인하 효과를 바탕으로 러시아는 16% 이상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차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차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업계는 글로벌 시장 수요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현지 전략형 신차를 확대, 신흥 시장 공략에 나선다. 세분화되는 소비자 특성을 반영한 제품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디자인·주행성능·연비 등 기본기를 강화한 신차를 통해 경쟁 업체 대비 우위를 확보해 나가겠단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효율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 권역별 조직에 최대한 권한과 책임을 넘기는 '자율경영' 체제를 갖춘다. 새해부터 해외 주요 시장별 권역 본부를 출범, 본부가 해당 지역 상품 운용·시장 전략·생산·판매 등을 통합 관리한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를 주도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강세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2017년 글로벌 SUV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까지 늘었다. 2021년까지 40%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SUV 라인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의 경우 주력 SUV '신형 싼타페'를 시작으로 신흥 시장 전용 '신형 크레타' 등 현지화를 거친 신차를 대거 선보인다.

현대차가 양산할 '차세대 수소전기차'.
현대차가 양산할 '차세대 수소전기차'.

◇환율·유가 변수…친환경차 로드맵 구체화

환율과 유가는 수출 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환율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차량 가격을 결정짓는다. 수년간 지속된 엔저 현상은 일본 자동차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이다. 2011년 미국 내 현대차 '쏘나타'와 혼다 '어코드' 가격 격차는 10% 수준에 달했지만, 2017년에는 2%까지 줄어들었다. 한국차 강점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격차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새해에도 엔저 효과가 계속될 경우 한국 업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는 친환경차 수요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시장 성숙기에 진입한 하이브리드차(HEV)는 새해 가격 경쟁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이 평준화되면서 얼마나 낮은 가격에 자동차를 생산하는가에 업계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 정부의 정책 수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BEV) 시장의 고른 성장으로 새해 친환경차 시장은 전년보다 15% 성장한 300만대를 상회할 전망이다. 미국 무공해차 의무 판매 제도와 PHEV 신차 출시, 테슬라 모델3 생산 능력 확대는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기아차는 새해를 친환경차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원년으로 삼는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38종을 출시하고 글로벌 2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차 2025 전략'을 발표했다. 새해엔 580㎞ 이상 항속 거리를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FCEV) 글로벌 시장 출시를 앞뒀다.

한국지엠·르노삼성차·쌍용차도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볼트 EV' 수입 물량을 전년 대비 10배 수준인 400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르노삼성차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2500대를 국내에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2019년 양산을 목표로 전기 SUV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