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제정책방향]아쉬운 일자리 정책…혁신성장은 '실효성 확보'가 과제

[2018 경제정책방향]아쉬운 일자리 정책…혁신성장은 '실효성 확보'가 과제

정부는 2018년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원년'이며, 소득 수준에 걸맞은 삶의 질 제고에 경제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삶의 질 제고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비전인 '사람 중심 경제'로 연결된다. 양대 축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일자리와 혁신이다.

일자리 예산 조기 집행, 공공기관 신규 채용 확대 등 공공 일자리 정책이 눈에 띈다. 반면에 민간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 취업자 증가폭이 올해와 같은 32만명에 머문 점도 아쉽다. 혁신 성장 정책은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춘 점이 긍정 요인으로 평가되지만 관련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 확보가 해결 과제로 대두됐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오른쪽)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8년 경제정책방향' 사전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오른쪽)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8년 경제정책방향' 사전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자리, 전력 다해도 올해 수준?

정부는 내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 3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형 성장'(양)과 비교해 '내실 성장'(질)은 크게 뒤처진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삶의 질은 38개국 가운데 29위로, 국민소득 증대에도 순위는 계속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삶의 질 개선 없는 성장은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 전체의 새해 삶의 질을 높여서 '사람 중심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 과제는 일자리 문제 해결이다.

상반기 고용 불확실성에 대응, 재정을 조기 집행(58% 이상)한다. 특히 일자리 예산은 역대 1분기 가운데 최고 수준인 34.5% 이상을 집행한다. 올해(33.5%)보다 1%포인트(P) 많은 수치다. 공공 기관의 신규 채용 규모는 올해(2만2000명)보다 많은 2만3000명 이상으로 정했다. 공무원 신규 채용도 확대하고, 선발 소요 기간은 1~2개월 단축한다.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제도를 개편한다. 그러나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개선한 수준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고, 일부 사업은 실제 채용 유도에 역부족인 것으로 지적된다.

핵심 사업으로는 '청년 중소기업 취업 보장 서비스'가 꼽힌다. 1대1 전담 매칭 서비스로, 3년 동안 양질의 중소기업 취업을 보장한다. 현장 일자리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 올해 운영한 '일자리카라반'을 확대·개선, '청년일자리정책 제작소'를 운영한다.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참여 기회 확대 정책도 눈에 띈다.

정부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뒀다. 일자리 예산도 19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그럼에도 내년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와 같은 32만명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창출 효과가 낮은 수출·제조업 중심 회복, 생산 가능 인구 감소세 전환 등이 취업자 증가세를 제약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7일 “올해 일자리 증가폭이 10월 이후 낮아진 것은 기저 효과도 있지만 구조 조정 영향이 있었다”면서 “이런 추세로 간다면 내년 일자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도 올해 수준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판단해 취업자 증가폭을 32만명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생계비 부담 완화도 국민 삶의 질 제고에 중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통신 요금 감면 차원에서 한·중·일 로밍 요금 인하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등을 포함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한다.

로밍 요금 인하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인하 방향은 이동통신사와 협의됐다”면서 “다만 어떻게 출시할지, 요율은 얼마나 할지 등을 협의 과정에 있다. 내년 안에는 인하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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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 눈에 띄지만…법 개정과 예산이 걸림돌

혁신 성장 정책은 '가시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초연결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주행차 등 8개 핵심 선도 사업 추진이 핵심이다. 민·관 합동으로 '혁신성장지원단'을 구성, 부처별 소관 과제 추진 체계 정비로 어려움을 '원스톱 해결'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3월에 혁신 성장 점검 회의를 열어 성과를 살펴볼 계획”이라면서 “규제 혁신 등 우수 사례 등은 확산·공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한다. 그 중심에 DNA(Data-Network-AI) 프로젝트가 있다. 데이터 구축-개방-유통·활용 등 전 과정에 걸친 데이터 기반의 영역별 국가 빅데이터 지원 체계 마련 등이 골자다. 사물인터넷(IoT) 연결 기기 확대,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 10기가 인터넷망 상용화 등도 지원한다.

규제 혁신 정책이 두드러진다. 8개 핵심 선도 사업과 연결해 규제 샌드박스(기존 규제 적용을 융통성 있게 유예·면제해 주는 제도) 사업을 본격화한다. 다만 입법 과제(ICT 특별법 개정 등)가 선결로 이뤄져야 해서 실제 추진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행정 입법(시행령, 규칙 등), 그림자 규제 정비를 추진한다. 기재부는 외국환거래법령을 정비해 무인 환전, 온·오프라인연계(O2O) 환전 등 핀테크 기반의 비대면 환전을 허용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인 환전은 키오스크에 외화를 입금하면 원화를 지급하는 방식이며, O2O 환전은 온라인으로 환전 신청을 하고 공항·면세점 등 지정된 장소에서 대금을 수령하는 것”이라면서 “내년 1분기 중에 외국환 거래 규정을 개정해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제 혁신 차원에서 유권해석 제도를 활성시킨다. 기업이 정부에 신산업 진출 가능 여부를 질의할 때 법규 해석, 조치 의견을 표명하는 유권해석 제도 도입 대상을 종전의 금융 분야에서 전 분야로 확대한다.

정부가 다양한 혁신 성장 정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은 장담할 수 없다.

규제 샌드박스 4대 입법 과제,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비식별 자료 활용·결합 법률 근거 명확화 등은 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의 협조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내년도 예산이 일자리·복지 등에 집중 배정, 혁신 성장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혁신 성장 부문이 일부 증액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혁신 성장이 결국 일자리 창출, 국민 삶의 질 제고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가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