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이전 시대에 비교해 다양한 IT기술 발달만 추구하는 '삭막한 사회'로 비춰지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인문학적 감성의 표상들 덕분에 다소 지나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근거가 바로 작명(作名)이다.
![해외팬미팅 공연중인 NCT127.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1.jpg)
책이나 기사, 논문뿐만 아니라 대중가요 그룹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 자체를 지칭하는 이름은 인문학적 감성을 담아내며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21세기 가요계 속에서 독특한 감성을 자랑하는 다양한 그룹의 이름들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멋진 아이돌 그룹 이름, 숨은 의미로 친근감 더해
21세기에 접어들면서 IT 못지않게 친숙해진 단어가 'K팝 아이돌'이다. 이들은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시작된 한류를 전 세계적 수준으로 확대시킨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 수준의 프로듀서나 뮤지션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빌보드·아이튠즈·오리콘 등 해외 유명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글로벌 뮤직 트렌드를 선도해나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11.jpg)
'K팝 아이돌'은 IT발전 중심의 21세기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인문학적으로 다루기에는 언뜻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특히 신디사이저나 오토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일렉트로닉 장르와 자로 잰 듯한 군무를 중심으로 하는 K팝 아이돌에게서 사람의 향기보다는 정교한 기계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뜯어보면 인문학적 재미가 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아이돌 그룹의 이름들은 대부분 '가요계에서 자신들의 독보적인 매력을 선보이겠다'라는 취지를 드러내지만, 실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어 대중에게 더욱 친근함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독특하면서도 친근한 네이밍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아이돌 그룹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발췌)](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2.jpg)
대표적인 그룹이 '방탄소년단'이다. 이들은 소속사(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방시혁의 프로듀싱으로 2013년 데뷔, 올 5월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한국그룹 최초로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수준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의 그룹명은 공식적으로 '총알을 막아내듯 1020세대들의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당당히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으나, 실제로는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이라는 뜻으로 더욱 익숙하게 남아있다. 실제 멤버들도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설명하기 힘들 때 그렇게 설명한다”며 웃음기 어린 모습으로 말한 바 있으며, 대중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더 쉽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워너원'은 '하나가 되길 원한다'라는 기본 의미보다는 '101'을 그대로 발음표기 함으로써 국민 프로듀서들이 뽑은 보이그룹이라는 의미로 더욱 친숙함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CJ E&M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3.jpg)
국민 보이그룹 '워너원'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엠넷(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최종 선발된 11멤버로 구성된 이들은 '하나가 되길 원하다'라는 그룹명을 갖고 있으나, 사실 '101'의 영문발음을 그대로 따서 '프로듀스 101' 출신임을 대중에게 더욱 어필하고 있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국민 걸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에이핑크는 데뷔 직전 그룹명 공모를 통해 인지도를 더욱 높인 특이한 케이스에 속한다. (사진=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4.jpg)
국민 걸그룹으로 사랑받는 '에이핑크'도 그룹명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케이스 중 하나다. 물론 이들의 모습은 일반 그룹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2011년 데뷔 당시 플랜에이(구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가 대중 공모제로 그룹명을 정하려했었다. 하지만 '부레옥잠', '루트(무리수)', '미분적분', '폴더' 등 기상천외하면서도 부적절한 단어들만 기재된 탓에, 소속사의 앞글자를 따서 자체적으로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에이핑크의 그룹명 공모는 또다른 인지도 확장의 단초가 돼 초반부터 성공신화를 기록하게 하는 계기로 자리매김했다.
![그룹 비에이의 모습. (사진=비에이 공식 페이스북 발췌)](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5.jpg)
물론 친근감을 노리다 논란 또는 실패하는 경우도 제법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룹 비에이(Be.A)와 달샤벳이다. 이들은 걸그룹 '크레용팝' 보이그룹 판으로 독특하면서도 친밀한 느낌을 대중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가물치(K-Much)'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이 그룹명이 그룹의 음악성에 접근하는 기회를 막고 단순히 희화적 존재로 만들어버리기 쉬웠던 까닭에 최근 이름을 교체하면서 재정비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룹 달샤벳의 모습. (사진=달샤벳 공식 페이스북 발췌)](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6.jpg)
달샤벳은 2011년 데뷔한 6인조 걸그룹으로, 현재는 KBS2 '더 유닛'에 출연중인 세리·우희를 포함한 4인조(세리·아영·수빈 계약만료)로 활동중에 있다. 이들은 2011년 데뷔 당시 아동 동화책의 베스트셀러였던 '달샤베트'와 동일한 이름때문에 대중에게 혹평을 받은 바 있다.
물론 동화책에서 묘사된 '달로 만든 샤벳'과 달리 '달콤한 샤벳같은 매력을 선보인다'라는 취지의 그룹이름이라는 소속사의 해명과 함께 법정다툼까지 이어지면서 점차 흐지부지됐고, 오히려 그룹을 널리 알리는 계기까지 됐지만, 실지로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아이돌그룹 홍수, '이름' 알면 매력의 반은 안다
이외에도 친근감을 높이기 위한 아이돌그룹명이 다수 존재하지만, 실제 인기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은 것은 자신들만의 매력과 콘셉트를 담아낸 키워드를 그룹명으로 만든 그룹이다.
![동방신기는 '아시아 음원시장을 제패하겠다'라는 포부로 기획된 그룹으로, 이들의 콘셉트와 네이밍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후배 아이돌그룹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7.jpg)
이 사례의 최초는 '동방신기'다. 동방신기는 2004년 데뷔한 5인조 그룹으로, 현재는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등 2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아시아 음악시장을 제패하기 위한 그룹을 목표로 만들어 낸 이 그룹은 물론 SM5, 오장육부, 동방불패 등의 후보군이 있었지만, 결국 '동방에서 신이 일어났다'라는 뜻의 '동방신기'로 지어졌고, 멤버들의 이름도 4글자로 지어졌다.
![엑소는 태양계 너머의 'exo planet'에서 온 존재들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그룹으로, 최근에는 그룹이름명 답게 탈 우주급 인기와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8.jpg)
엑소(EXO)는 '동방신기'로 시작된 콘셉트형 그룹작명의 확장완결판이다. 태양계를 벗어난 이계의 행성을 뜻하는 'exo planet'에서 근거해,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멤버들이 이 세계의 대중을 감동시킬 음악을 전한다'라는 의미로 정해진 이름이다. 현재 이들은 2017년 한 해 정규 4집과 리패키지 앨범으로만 전 세계 40여 개국의 아이튠즈 음원차트를 휩쓸만큼 소위 '탈우주급' 인기를 모으며 콘셉트와 그룹명에 적합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블랙핑크는 데뷔 1년 여만에 정상급으로 성장한 4인조 인기 걸그룹이다. 이들은 원래 데뷔전 '핑크펑크' 등으로 불리다가 가녀린 이미지에 시크함을 더한 콘셉트로 구성되면서 아름다운 컬러로 불리는 '핑크'에 시크함을 주는 '블랙'을 더해 '예쁜 게 다가 아니다'라는 뜻의 그룹명으로 데뷔했다.
![블랙핑크는 예쁜 색깔로 불리는 '핑크'에 시크함을 상징하는 '블랙'을 얹어, '예쁜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콘셉트를 표방, 소속사 선배였던 '2NE1'의 센언니 콘셉트를 이어받아 막강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진=블랙핑크 공식 페이스북 발췌)](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09.jpg)
여기에 맞게 이들의 콘셉트는 신인 걸그룹의 기본으로 불리는 청순함과 순수함 등과는 달리, 소속사 선배였던 '2NE1'과 비슷하게 '센 언니'콘셉트로 나서며 콘셉트 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다양한 매력을 펼치고 있다.
![트와이스는 그룹이름에 맞게 미모와 대중적인 음악, 퍼포먼스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받으며 '2017년 브랜드 평가 1위 그룹'이라는 명성으로 그룹이름을 입증하고 있다. (사진=트와이스 공식 페이스북 발췌)](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10.jpg)
트와이스는 2015년 엠넷(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식스틴(Sixteen)'에서 선발된 멤버들을 중심으로 데뷔한 다국적 9인조 걸그룹으로, '눈으로 한번, 귀로 한번 대중을 사로잡겠다'라는 콘셉트로 대중 앞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그룹이름에 맞게 미모와 대중적인 음악, 퍼포먼스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 받으며 '2017년 브랜드 평가 1위 그룹'이라는 명성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비투비, 빅스, 펜타곤, FT아일랜드 등 인기 보이그룹들은 저마다의 콘셉트와 매력들을 담은 그룹명으로 대중 앞에 서고 있다. (사진=큐브, 젤리피쉬, FNC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12.jpg)
이밖에도 △비투비(Born to beat, 음악을 위해 태어나다) △빅스(최고의 보이스와 비주얼, 가치를 지녔다) △아스트로(별, 인기스타) △세븐틴(13명 멤버+3개 유닛+1개 팀) △FT아일랜드(5개의 보물섬) △펜타곤(보컬과 랩, 댄스, 팀워크, 끼, 마인드를 모두 갖추다) △뉴이스트(새로운 스타일에 맞춰 음악을 창조한다) △NCT(Neo Culture Technology, 멤버영입과 활동이 자유롭다) 등의 인기 보이그룹들은 저마다의 카리스마와 음악적인 매력, 그룹형태 등을 그룹명으로 선보인다.
여기에 △구구단(친숙한 느낌을 주는 아홉 가지 매력소녀들의 극단) △나인뮤지스(그리스 음악여신 뮤즈) △러블리즈(러블리한 8명의 소녀들) △레드벨벳(매혹적이면서 부드러운 음악을 선보인다) △마마무(옹알이처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모모랜드(동화 속 주인공, 놀이동산처럼 따뜻하고 신나는 음악을 선보인다) △여자친구(여자사람친구 또는 연인같은 모습의 그룹이 되겠다) 등 인기 걸그룹들도 다양한 콘셉트를 드러내는 그룹명으로 대중과 마주하고 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러블리즈, 레드벨벳, 여자친구, 모모랜드 등 걸그룹들도 저마다의 매력포인트를 살린 이름들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있다. (사진=울림엔터, SM엔터, 소스뮤직, 더블킥컴퍼니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8239_20171227131247_330_0013.jpg)
요컨대 21세기 아이돌 그룹들의 다양한 이름들은 친근함과 자신들의 매력을 뽐내는 것은 물론, 다소 삭막한 느낌의 IT사회를 환기시킬만한 인문학적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물론 이들이 현대적인 감각과 함께 인기영합적인 느낌으로 태어나 단순한 문화적인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문학 정서의 최대구현이 '음악'이라는 점과 이들 그룹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표현하는 다양한 음악세계가 대중적 인기만이 아닌 자신들만의 중점을 갖고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현대적 인문감성의 표상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