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창립 이듬해인 1968년 미국 '포드'와 기술 제휴를 통해 '코티나'를 생산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완성차 기업이 됐다. 현대차 고유의 국산차 역사는 포니에서 시작된다. 1976년 본격 양산에 들어간 포니는 이탈리아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맡고, 일본 미쓰비시가 개발한 엔진을 탑재하며 탄생했다.
포니는 한국 자동차 수출 시대를 선언하는 신호탄이었다. 1976년 7월 현대차는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선적하며 수출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수출 개시 첫해에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에 포니 1042대를 판매했다.
10년 뒤인 1986년 현대차는 엑셀을 앞세워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지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수출 첫해에 16만여대를 판매, 수입차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엑셀은 1988년까지 해마다 미국 시장에 26만여대를 판매, '엑셀 신화'란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주목 받았다. 이후 현대차는 쏘나타·그랜저 등 신차를 연달아 내놓으며 국내외 시장을 공략했고, 포니 첫 수출 12년 만인 1988년에 100만대 수출을 돌파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핵심 기술인 파워트레인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1991년에 개발한 '알파' 엔진은 현대차의 독자 기술력을 입증한 사례로 손꼽힌다. 알파 엔진은 스쿠프를 시작으로 엑센트 등 다양한 현대차 모델에 탑재돼 전 세계 도로를 누볐다. 2004년엔 중형차급 '세타' 엔진을 개발해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에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로열티를 주는 입장에서 반대로 받는 업체가 됐다.
2008년 세계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제네시스의 등장은 현대차의 새로운 50년을 향한 도전을 상징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5년 11월 제네시스를 별도의 고급 브랜드로 공식 출범했다. 1967년 창립 이래 '현대'라는 단일 브랜드만으로 성장한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독립 브랜드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 기술력의 시험대 역할을 맡았다. 2008년에 출시된 1세대 제네시스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이전의 개발 프로세스와 전혀 다른 콘셉트를 적용했다. 현대차 최초로 전담 제품 개발팀을 구성, 설계부터 양산까지 제네시스 DNA를 갖추도록 했다. 2013년 11월에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는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차 주행 성능과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고급차로서 세계 시장에서 아직 낮은 브랜드 인지도는 제네시스가 해결해 나아가야 할 과제다. 제네시스는 토요타 '렉서스'나 닛산 '인피니티'보다 30년이나 늦게 고급차 시장에 진출했다. 고급차의 성공 조건인 브랜드, 디자인, 기술력 면에서 제네시스가 얼마나 빨리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네시스 브랜드 관계자는 28일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 확보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면서 “지능형 안전과 편의 기술, 커넥티비티 등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을 통해 제네시스를 차별화한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