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포드·미쓰비시 기술 배우던 현대차…50년 후 세계 5대 車업체로 성장

[이슈분석]포드·미쓰비시 기술 배우던 현대차…50년 후 세계 5대 車업체로 성장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황무지'이던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지 50년이 흘렀다. 해외 자동차 제작사에서 기술을 배워 겨우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이제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지난해부터 미국, 중국 'G2' 시장에서 부진을 겪으며 '위기론'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현대차는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현대차 역사는 1967년 12월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세영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포드와 합작을 맺고 코티나를 조립 생산했다. 겉으로는 현대차가 포드의 한국 진출을 돕는 모양새였지만 실제로는 자동차 자체 생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었다. 코티나의 첫해 판매량은 533대에 불과했다. 시장 수요도 적었지만 차량이 국내 도로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국산차 개발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생산 시설 확보를 위해 1973년부터 울산에 부지를 조성하고 자금을 조달했다. 이듬해 말까지 모든 생산 설비 구축을 마무리하고 울산공장을 완공했다. 1976년에는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를 개발, 국내와 해외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열여섯 번째 독자 모델 자동차 생산국 대열에 들게 됐다.

현대차가 개발한 첫 고유 모델 '포니'.
현대차가 개발한 첫 고유 모델 '포니'.

현대차의 성장을 이끌어 준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이 높다고 평가 받은 중·소형 차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은 아반떼다. 1990년 엘란트라 시절부터 지금까지 총 1245만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전체 판매량의 약 17%를 차지한다.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차량은 엑센트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엑센트는 지금까지 약 900만대가 판매됐다. '국민차' 쏘나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837만대 팔리며 베스트3에 올랐다.

현대차 성장에서 가장 큰 디딤돌로 작용한 것은 해외 시장이었다. 현대차는 창립 이후 올해 11월까지 약 50년 동안 2484만4352대를 해외 시장에 출하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차량은 2753만1433대에 이른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누적 판매한 7185만2108대 가운데 72.9%가 해외 판매량이다.

정몽구회장
정몽구회장

현대차는 1986년 엑셀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린 지 4개월 만에 5만2400대를 판매했다. 그해 총 16만8882대를 판매, 수입차 업계 최초로 진출 첫해 16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1987년에는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차 삼총사'를 따돌리고 수입 소형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4년 만에 현지 판매 100만대를 넘겼다. 이후 1999년 누적 판매 200만대를 달성하고 2002년 300만대, 2005년 4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앨라바마 공장이 준공된 2005년 이후부터는 연 평균 6%대 성장을 거듭하며 판매에 탄력이 붙어 2007년 500만대, 2009년 600만대, 2011년 700만대, 2013년 800만대, 2014년 900만대를 차례로 넘어섰다. 2015년 10월에는 미국 진출 29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다.

북경현대차 신차발표회 모습.
북경현대차 신차발표회 모습.

중국 시장에서는 진출 15년 만에 누적 생산 900만대를 돌파하며 '현대 속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였다. 2002년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를 출범한 이후 63개월 만에 생산·판매 100만대를 달성했다. 이후에도 최단 기간 200만대, 500만대 돌파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10월에는 4공장인 창저우공장이 준공하고 올해 9월에는 5공장인 충칭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현대차는 중국에서 총 16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는 1999년 정몽구 회장 취임 이후 '품질 경영'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에는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5위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2014~2015년 2년 연속 800만대 판매를 돌파한 이후 판매량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연초 계획한 825만대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미국에서는 주력 모델 노후화로 경쟁력을 잃었고, 중국에서는 현지 브랜드 추격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겹치면서 판매량이 반 토막 수준이 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차는 내년 G2 시장 회복과 함께 새로운 50년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한다. 우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품군을 강화한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 글로벌 판매 확대, 차세대 수소전기자동차 및 코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 출시, 경차 시장 영향력 확대 등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겨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슈분석]포드·미쓰비시 기술 배우던 현대차…50년 후 세계 5대 車업체로 성장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