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하는 K-바이오 경쟁력, 연구 혁신 생태계 구축 필요

국내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 기반 혁신 클러스터 역할이 강조된다. 다양한 사업화 아이템이 축적된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 연구소, 벤처투자사가 협업해 기술사업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경쟁력이 지속 하락한다.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상업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 실험적으로 연구 기반 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시도한다. 정부 차원 지원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경쟁력 순위(자료: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경쟁력 순위(자료: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조사 결과 작년 기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경쟁력 지수는 조사 대상 54개국 중 24위다. 바이오 국가경쟁력 지수는 생산성 △지식재산 보호 △바이오 집중도 △교육과 인력 △기반 인프라 △정책과 안전성 등 7개 부문 27개 지표를 평가한다. 지표별 0~10점을 부여해 총점을 합산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첫 평가에서 15위를 기록한 이후 2010년 19위, 2012년 22위 2015년 23위를 기록했다. 작년 한 단계 하락한 24위다. 가장 취약한 것은 지식·기술 집중 산업 부가가치(0.5점), 바이오기업 R&D 투자(0.5점), 바이오 벤처캐피털(0.1점)로 꼽혔다. 반면 특허강도(7.5점), 자본이용도(8.1점), 사업환경 친화도(8.9점) 등은 높았다.

국내 바이오사업 규모 및 전망
국내 바이오사업 규모 및 전망

보유한 지식, 기술 부가가치가 낮고 사업화 연결고리가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바이오산업 역사가 짧은 요인도 있지만 초기 R&D 단계부터 시장성, 기술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수 기술력을 보유하지만 시장조사, 상품화 역량이 부족해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바이오기업 1044개 가운데 작년 기준 매출이 없는 기업은 37%(393개)에 달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 SCIE급 논문 발표는 총 9697건으로 세계 11위다. 미국 등록특허 건수는 260건으로 세계 8위다. 논문,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은 넘치지만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내 바이오 분야 지식재산권 현황
국내 바이오 분야 지식재산권 현황

바이오 분야 기술사업화 역량 강화 목소리가 높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인 대학 활용이 요구된다. 연구 아이템이 쌓인 대학에 기술, 시장 전문가를 연계해 창업을 유도한다. 관련 기업과 협업 창구를 만들고, 외부 투자를 유치한 네트워크도 마련해야 한다.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은 연구 기반 바이오혁신 생태계 조성을 시도한다. 연구원은 총장 직속 연구조직으로, 8개 단과대 교수가 활동한다. 생명과학, 의학, 자연과학, 공과대 교수 23명이 협업해 바이오, 융합산업 아이템을 발굴한다. 대학-병원-기업-투자기관 간 교류 창구를 개설해 기술사업화 성과를 도출한다. 2015년부터 한국연구재단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을 수행해 창업지원, 외부 투자연계를 돕는다.

전은형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교수는 “R&D에 바탕을 둔 바이오산업은 연구 역량을 높이지 않고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대학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R&D, 임상시험, 행정업무 등 기술사업화를 위한 실무 인프라가 부족하다. 학문, 관련 기업 간 협업을 지원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강점은 기술사업화 핵심 요소인 인적 인프라다. 국내 최고 교수진을 포함해 R&D, 창업 등 분야별 전문가가 풍부하다. 올 초 서울대에서 창업한 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모인 '바이오창업생태계네트워크(BENS)'도 출범했다.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바이오 융복합 창업과 기술사업화 콘퍼런스 행사 전경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바이오 융복합 창업과 기술사업화 콘퍼런스 행사 전경

서울대 '바이오최고경영자과정'도 생태계 구축 역할을 한다. 의과대, 약학대, 치과대, 자연과학대, 수의과대, 공과대, 경영대개교, 농생명과학대 등 8개 대학이 모여 바이오 과정을 개설했다. 개교 이래 학문 영역을 탈피한 첫 공동 프로그램이다. 바이오기업 CEO, 벤처투자자, 금융, 유관기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이 과정은 17기 수료생까지 총 413명이 참여했다. 서울대 교수진으로부터 바이오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영역 지식을 습득한다. 공동연구, 기술이전 논의는 물론 참여자 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전 교수는 “바이오는 특정 학문, 기업만 해당 되는 게 아니라 영역을 탈피한 협업이 성공 열쇠”라면서 “가능성 높은 기술을 발굴해 상업화로 이어지게끔 유관기관, 기업과 연결시키는 연구 기반 혁신 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