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엄청나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인공지능(AI)관련 논의의 결정판이라 할 만 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우주론 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라이프3.0(원제 Life 3.0)을 통해 최근 수년간 급부상하고 있는 미래 사회의 필연적 기술이 될 인공지능(AI)과 인류의 미래를 얘기한다.
저자는 책머리의 ‘오메가팀 이야기’에 ‘프로메테우스’AI 스토리를 배치해 AI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를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읽다 보면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의 AI를 모델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시나리오에서 프로메테우스로 불리는 이 AI는 바둑에서만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알파고와 달리 인간의 모든 관심사에서 인간보다 월등한 지능을 보이며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범용 인공지능(AGI)이다. 하지만 바로 그점이 인류를 불안하게 만드는 점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깔아놓은 교묘한 복선 장치인 셈이다.
저자는 조만간 인류보다 더 똑똑해질 수 밖에 없는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 인간들끼리 컨센서스를 이뤄 AI의 목적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이 책을 쓴 목적이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지나치게 똑똑해지면서 위험성을 안게 될 AI와 어떻게 관계설정을 할지 요구받고 있다. AI가 지능폭발을 보였을 때에 대비한 인류의 대응책을 미리 만들자는 얘기다.
저자는 “AGI를 위한 경주는 진행중이고 그 경주가 어떻게 펼쳐질지 우리는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AGI 이후에 어떤 상태가 되기를 원하는지 생각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라는 통찰력 넘치는 주문을 하고 있다.
AI 지능폭발 이후 인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저자는 인류가 자신들보다 더 똑똑해질 AI의 역할을 ▲자유주의 유토피아 ▲자애로운 독재자 ▲평등주의 유토피아 ▲게이트키퍼 ▲보호하는 신 ▲노예 신 ▲정복자 ▲후손 ▲동물원 주인 ▲1984 ▲회귀 ▲자기파괴 등으로 다양하게 규정한다. 인류는 이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자유주의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AI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인간이 기술과 평화롭게 공존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어떤 경우에는 서로 결합하는 시나리오까지도 수긍하게 될지 모른다.
인류가 장차 다가올 AI 지능폭발시대에도 지금처럼 하드웨어적으로는 진화론적 방식을 따르면서 소프트웨어적으로는 날로 수준을 향상시켜 가는 상태(이른바 라이프 2.0)를 그대로 유지하게 될까?
저자는 “한스 모라벡이나 레이 커즈와일 같은 미래학자들이 그려본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신체를 업그레이드해 정도가 다양한 사이보그로 바뀌었고 어떤 사람들은 정신을 새로운 하드웨어에 업그레이드했다. 그래서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지능을 가진 존재는 대부분 일정한 물리적 형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소프트웨어로 존재하면서 즉각 컴퓨터 사이를 오가고 물리적인 세계에서는 자신을 로봇 몸체로 드러낸다. 이들 정신을 자신을 바로 복제하거나 서로 합칠 수 있어서 인규규모는 계속 변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사람-기계 간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체를 생각할 때 영화 ‘트랜스포머’ 속 외계 로봇이 단순한 상상 속 산물로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탄소로 구성된 인간 뇌세포 기반의 지능과 달리 정보로 구성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것으로 보이는) 영화 속 외계인 로봇들(트랜스포머)은 지능과 자의식을 가진 또다른 기계생명체를 대변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인류가 트랜스휴먼, 포스트 휴먼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더 이상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
인간과 프로그램이 합쳐지는 경우, 그 결과가 단수일 경우 영화 ‘트랜센던스’가 경고한 것처럼 인터넷과 연계된 심보 비뚤어진 인간과 기계의 결합체가 등장해 세계를 지배하려 들지도 모른다.
저자가 가정해 분류한 AI와 인류가 공존할 미래 가운데 ‘정복자로서의 AI’의 또다른 결과역시 끔찍하다. 이때 AI는 영화 ‘터미네이터’ 속의 ‘스카이넷’이나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프로그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노예가 된 신’으로서의 AI를 가정함으로써 기계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즉 “사람들은 기계와 인간의 관계가 무엇인지 묻는데 내 답변은 매우 분명하다. 기계는 우리의 노예라는 것이다”라는 AI 전문가 톰 디터리히 교수의 주장을 소개한 대목이 그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단순히 지구에만 머물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란 게 저자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는 우주론학자답게 이 담론을 ‘우리의 우주적인 재능: 다음 수십억년과 그 너머’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인류가 디지털정보를 업데이트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생명체(라이프3.0)로 가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결론내린다.
저자는 “예를 들어 우리는 사람들과 다른 지능적인 존재들이 디지털형태로 전송될 수 있게 되면 은하계 사이의 여행이 얼마나 쉬워지는지도...그렇게 되면 우리는 태양계와 우주에서 우리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저자는 인류의 미래를 수십억 년 이후까지 유효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내려져왔던 생명의 정의를 획기적으로 다르게 재정의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정당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게 과연 타당할지 판단하는 것은 인류의 몫이다.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생명에 대해 “자신의 복잡성을 유지하고 복제할 수 있는 과정이며 복잡성을 유지하고 복제할 수 있는 과정이다. 복제되는 대상은 물질(원자)이 아니라 정보(비트로 이뤄진)다. 복제되는 대상은 물질(원자)이 아니라 정보(비트로 이뤄진)이고 어떻게 원자가 배열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전하는 정보이다. 일례로 박테리아가 자신을 복제할 때 새 원자는 하나도 창조되지 않고 다만 원래 개체와 같은 양상으로 새로운 원자의 조합이 배열되고 그럼으로써 정보가 복제된다. 달리 말하면 생명은 자기 복제를 위한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 정보(SW)가 해당개체의 행동과 하드웨어의 청사진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생명도 점차 더 복잡하고 흥미로워졌으므로 생명을 라이프1.0, 라이프2.0, 라이프3.0으로 새로이 분류해 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과연 인류는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AI와 타협하고(하거나) 스스로 업로딩하는 방식으로 라이프 3.0의 삶을 지향하게 될까?
저자는 정보혁명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인공지능 관련 담론을 무한 시공간으로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간의 연구성과와 세계적 석학들과의 토론,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블랙홀같은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이유다.
맥스 테그마크 지음. 백우진 옮김. 동아시아. 468쪽. 2만6000원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