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는 금융 산업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했을 때 가장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일찍이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AI연구자가 가는 곳도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업계라고 전했다.
이 교수가 이끄는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는 AI를 도입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 사례나 기업, 조직에 매년 인텔리전스 대상을 시상해왔다. 올해 인텔리전스 대상에는 SKT-Brain의 'DiscoGAN'을 비롯해 기업은행과 KSTEC이 공동 개발한 '외환특이거래 점검 시스템'과 등이 선정됐다.
이 교수는 AI는 마법처럼 모든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술이 아니라고 전했다. AI에도 실수가 나올 수 있고, 그 원인조차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만약 자율주행차 사고로 인명 피해가 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있는 사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분야는 주로 수익률 최적화와 위험 회피에 쓰이기 때문에 자동차와 의료분야에서의 치명적인 사고 걱정은 덜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AI를 마치 인간처럼 사고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초지능으로 이해하고 기술을 연구개발(R&D)하거나 기업에 적용하는 것을 경계했다. '엑셀'처럼 인간이 하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주는 최적화된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AI 활용 측면에서도 금융 전문가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도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은행권 한 사람이 더 많은 고객을 상대하거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현재 음성인식 스피커나 챗봇 모두 인간 고객상담원처럼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갈 수 없는 수준”이라며 “경영진이나 고객도 인간을 닮은 AI를 기대하기보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 Process Automation)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를 소셜미디어 이후에 정착시킬 제3의 채널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AI 도입 자체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무료서비스로 제공하면서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교수의 현실적 사고에는 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 '벤플'의 최고경영자(CEO)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버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 교수는 “사물인터넷은 많은 데이터를 발생시키고, 이를 분석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AI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서로 연결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창업한 벤플은 그동안 박물관, 전시장, 상품판매장 등을 대상으로 IoT 기술 기반 '버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새해부터는 카페, 학원, 소규모 식음료 사업장을 대상으로 버튼인터넷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구매가 쉬어지고, 설치도 간편해졌다.
이 교수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하고, 그 기술의 한계점을 명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상상하지 말고 실천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