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가장 앞선 배터리로 꼽히는 'NCM811 배터리'가 국내 기술로 완성, 국산 전기자동차에 처음 적용된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늘릴 수 있는 삼원계(NCM) 리튬이온전지의 마지막 기술이다. 같은 크기·용량의 종전 배터리와 비교, 주행거리를 최소 10% 늘릴 수 있다. 일본, 중국과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한국이 격차를 더 벌렸다.
1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국내에 출시하는 기아차의 첫 스포츠유틸리티(SUV)형 전기차 '니로EV'에 'NCM811 배터리'가 적용된다. NCM811 배터리는 전기차에 가장 많이 쓰는 NCM 리튬이온전지 가운데 에너지 밀도를 가장 높인 기술이다.
전기차에 이 배터리를 채택하는 건 기아차가 세계 최초다. 우리나라 중대형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기술력이 NCM811 배터리 양산으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과 국내 이차전지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가 함께 개발했다.
NCM 811은 리튬이온전지 양극재의 니켈, 코발트, 망간을 8:1:1 비율로 구성한다. 에너지 밀도를 늘리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니켈 함량이 지금의 60%에서 80%로 높아지면서도 안정된 충·방전 성능을 발휘한다.
중대형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주행 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NCM 811 배터리는 니켈 비율을 8까지 늘려 기존 제품보다 주행 거리를 10% 이상 늘릴 수 있다. 그동안은 니켈 함량을 높이면 수명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단점 때문에 6:2:2 비율이 대세였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 외곽의 니켈 비중을 줄여 전해액과 반응을 억제시키고, 새로운 코팅과 도핑 재료를 달리해 안전성을 높였다. 또 세라믹 물질을 코팅한 3세대 분리막도 자체 개발·적용, 기존의 단점을 극복했다. 현재 주로 쓰이는 NCM622 배터리 용량은 180mAh/g이지만 NCM811 용량은 200mAh/g로 늘면서 안정된 출력 성능까지 구현한다. 결국 니로EV는 다른 경쟁 전기차 모델과 비교해 10% 이상 배터리 용량(크기·무게)을 줄이고도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 그만큼 비용과 공간 경쟁력을 확보한 셈이다.
배터리 전문가 박철완 박사는 “'NCM811' 배터리는 업계 핵심 화두”라면서 “중대형 파우치셀에 니켈 함량이 80% 높은 삼원계 양극재를 양산, 적용을 위해서는 활물질 표면 처리 기술이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다.
811 배터리의 첫 상용화는 올해 우리 전지 산업과 전기차 업계의 전망에 청신호로 작용한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친환경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NCM 삼원계 양극재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발 빠른 NCM811 배터리 시장 대응이 필요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