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中 전기차 보조금 3233대에 지급…韓 배터리 탑재차 없어

중국 정부가 지난해 열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친환경차 보조금 목록에 한국 기업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이 단 한 대도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는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차별이 사라질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는 지난달 말 2017년 12차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을 발표하고 49개 기업 120개 모델을 보조금 지급 목록에 추가했다. 순수전기차 106개 모델, 하이브리드차 12개 모델, 수소연료전지차 2개 모델이다. 차종별로는 전기버스 62종, 전용차 28종, 승용차 30개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LG화학이나 삼성SDI 등 한국 기업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중국 배터리 업체 암페렉스테크놀로지(ATL)가 전기버스, 전용차, 승용차 부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선전했다.

삼성SDI 중국 시안공장 입구 전경. <전자신문DB>
삼성SDI 중국 시안공장 입구 전경. <전자신문DB>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매달 총 12번의 보조금 목록을 발표하며 224개 회사 3233개 모델을 추가했지만 이 중 한국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한 대도 포함되지 않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으로 본격화된 보조금 차별이 장기화되자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아예 한국 기업 배터리 장착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한·중 양국 합의로 사드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고 있지만 보조금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한국산 배터리 채택을 꺼리고 있다”면서 “다시 한국 기업 배터리를 자사 차량에 탑재하려면 개발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공급 재개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차별로 현지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가 급감하면서 난징과 시안에 위치한 현지 배터리 공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와 한국 수출 물량 등을 생산하면서 가동률을 끌어올려왔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전기차 보조금 완전 폐지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보조금이 사라지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져 현지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그때까지 당국의 자국 산업보호 조치 속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가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