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소기업 울리는 최저임금 인상 쓰나미

“인건비 부담이 큽니다. 국내 생산을 접고 해외로 나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직원 120명을 거느린 부품조립 전문 기업 A사 대표의 말이다. 최저 임금 얘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쉰다. A사는 부녀 사원 100여명이 가전, 광통신, 자동차 부품을 조립·생산하는 매출 1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1인당 30만~40만원, 월 4000만원, 연간 5억원 가까운 비용을 추가 인건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상쇄할 대안은 없다. 대표는 “대책이 없어 한두 달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술년 시작과 함께 시행된 최저 임금 인상 쓰나미(지진 해일)다. 올해 최저 임금은 시급 7530원이다. 전년 대비 1060원(16.4%) 상승했다. 역대 최고 상승폭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기대한다. 최저 임금이 오르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익이 다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30명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도 마련했다. 저임금 아르바이트직과 비정규직 형편이 크게 나아질 전망이다.

반면에 임금 폭탄을 걱정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직원 30명 이상인 중소기업은 채용을 줄이거나 감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내수는 침체된 상황에서 최저 임금을 인상하고 조만간 근로 시간 단축까지 이어지면 경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 기대와 달리 역효과가 나타날 조짐도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 10개사 가운데 4개사가 '인건비 상승 및 우수 인재 확보 어려움(37.2%)'을 올해 경영 환경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중소기업이 설자리를 잃으면 좋은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물론 인건비 상승은 제품 단가 상승 요인이어서 공급가를 올릴 수 있는 구실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최저 임금 인상 속도와 폭을 조절해 달라는 중소기업의 하소연이 더 절절하게 들린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