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재계도 근로시간 단축 '불편', 최저임금 급격한 상승 감당 힘들어

정부가 새해 최저 임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통상 임금 확대 등 노동 정책과 제도를 밀어붙이면서 재계 곳곳에서 한숨과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체계화한 지원과 대책 없이 기업에 '많이 고용하고 임금도 올리면서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고 근로 시간도 줄이라'는 식의 요구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이 지난해 말 근로 시간 단축과 최저 임금 등 재계의 근로기준법 개정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이 지난해 말 근로 시간 단축과 최저 임금 등 재계의 근로기준법 개정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경제·경영 관련 단체, 연구기관 등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이 현 정부나 사법부가 요구하는 주요 개혁을 모두 수행하려면 한 해 최소 70조원대, 최대 100조원이 넘는 비용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산됐다.

새해 최저 임금(시급) 인상폭(16.4%)이 2001년(16.8%) 이래 최고 수준으로 결정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최저 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전체 인건비가 15조2000억원 더 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행정 해석 개정을 통해서라도 실행하겠다는 '1주 최장 근로 시간 68시간→52시간 단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업이 근로 시간을 줄이면서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추가로 연간 12조3000억원(한국경제연구원 추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세하게는 인력 추가 고용에 따른 급여 등 비용이 9조4000억원, 교육훈련비·복리비 등 간접노동비용이 약 2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전체 비용 12조3000억원 가운데 약 70%는 근로자 300명 미만 사업장이 부담하고, 전체 비용의 약 60%는 제조업에 집중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근로 시간이 줄면 근로자 삶의 질은 좋아지고 신규 채용은 늘지만 기존의 근로자 임금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당 근로 시간이 평균 59.6시간인 18개 업종의 근로자 근로 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면 월평균 임금은 305만2000원에서 266만4000원으로 1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기 상여금 등이 모두 통상 임금에 포함되는 동시에 '신의 성실 원칙' 배제로 '소급 지급' 명령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은 최대 38조5509억원(경총 추산)의 추가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과거 3년 동안의 임금 소급분 24조8000억원, 통상임금과 연동해 늘어나는 각종 수당(초과근로 수당 등)과 간접노동비용(퇴직금 등) 증가분 1년치 8조8000억여원을 합한 것이다.

정부의 노동 정책 드라이브에 부담을 느낀 재계는 속도 조절을 건의했다. 근로 시간을 단계별로 줄이는 방안과 통상 임금 범위를 명확히 해 달라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최저 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 등이 포함되도록 산입 범위를 개선해 줄 것도 요구했다. 고액 연봉자가 저임금 근로자보다 최저 임금 인상 혜택을 더 받게 되는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연초에 기자들을 만나 “올해 16.4% 오르는 최저 임금 산입 범위를 조절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정말 어렵게 된다”면서 “기업이 단순한 이윤 추구 목적 때문에 (반대한다고) 보게 되면 문제가 해결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박 회장은 최저 임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부 정책 기조와 관련해 “기업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기존의 노동 관행보다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지만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어려운 기업을 고려해서 형편에 따른 탄력 적용이나 사안에 따른 완급 조절 등은 분명히 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