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커머스가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한 자릿수 채널 번호로 진격한다. 주요 사업자가 잇달아 대규모 비용을 투자해 10번 이내에 진입한다. T커머스의 채널 공세가 난항을 겪는 홈쇼핑 업계의 유료방송 송출수수료 협상에도 변수로 부상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TH T커머스 서비스 'K쇼핑'은 지난 1일부터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에서 4번 채널로 송출된다. 지난해까지 편성됐던 21번에서 단숨에 한 자릿수 채널로 이동했다. T커머스 사업자로는 처음으로 지상파 채널(5번 SBS) 옆 'A'급 채널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KTH는 21번에서 4번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년보다 최소 50% 이상 많은 송출수수료를 지불했을 것”이라면서 “신세계TV쇼핑, SK 스토아 등 주요 T커머스 사업자가 공격적 전략을 앞세워 10번 이내로 진격한 데 따른 대응책”이라고 분석했다.
채널번호는 TV홈쇼핑 사업자 실적에 직결된다. 인기 방송 채널 좌우 번호를 확보해야 '재핑(채널 번호 전환)'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K쇼핑을 비롯한 T커머스 사업자가 속속 10번 이내 채널에 진입하는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etnews.com/photonews/1801/1030502_20180104134234_308_0001.jpg)
SK 스토아(옛 B쇼핑)는 지난해 2월 케이블TV 플랫폼 CJ헬로에서 3번 채널을 확보하면서 한 자릿수 T커머스 채널번호 시대를 열었다. 신세계TV쇼핑은 같은 해 4월 IPTV 업계 1위 사업자 KT 올레tv에서 2번을 꿰찼다. 이어 KT스카이라이프 2번, 현대HCN 4번에 각각 편성되면서 3대 유료방송 플랫폼(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에서 모두 한 자릿수 채널번호를 보유한 유일한 사업자가 됐다.
T커머스가 '황금 번호' 쟁탈전에 뛰어들면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최근 홈쇼핑 업계에 자리 잡기 시작한 송출수수료 현실화 기조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송산업 특성 상 한 사업자가 특정 채널 번호를 차지하면 기존 사업자는 밀려날 수밖에 없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플랫폼 대다수와 지난해 분 협상을 마치지 못하고 해를 넘긴 상태”라면서 “송출수수료 인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T커머스에 (채널) 번호를 넘기겠다는 압박도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T커머스 업계의 채널 번호 공세가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적자 행진을 수년째 지속하는 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매년 송출수수료 상승에 따른 경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 17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T커머스 시장에서 채널 확보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