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일 “지난 한일 정부 간 12·28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의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찬은 한일 정부 간 12·28 합의로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공식 천명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현관 입구에 서서 입장하시는 할머니들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며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견해를 청취하는 데 집중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13세에 평양에서 끌려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길원옥 할머니는 인사말 대신 가요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고, 작년에 발매한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날 오찬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덟 분 외에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 정의기억재단 지은희 이사장,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할머니께서 쾌유하셔서 건강해지시고, 후세 교육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함께 해 주시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으시다”고 전하며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라면서도 “우리가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하는데 우리도 나이가 많으니 대통령께서 법적 사과 등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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