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가전업계가 새해 초부터 인수합병(M&A)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다. 코웨이와 동부대우전자, 쿠쿠전자 등 주요 중견·중소업체가 기업 인수와 피인수, 기업 분할 등 구조조정 격변기를 맞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5년 만에 코웨이를 재인수하기 위해 MBK파트너스와 인수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가격은 적어도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 2일부터 경업 금지 조항이 해제된 웅진은 정수기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코웨이 인수와 자체 정수기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사업에 필요한 인력도 채용했다. 웅진의 행보는 코웨이 중심의 국내 정수기 시장 판세를 뒤흔들 빅 이슈다.
동부대우전자 매각 작업도 현재진행형이다. 당초 지난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해를 넘겼다.
동부대우전자 금융투자자(FI)는 매각 가격을 조정하며 협상을 유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원금 1350억원에 5년간 이자율(보장수익률) 9%를 더해 2000억원 안팎을 매각 대금으로 내걸었지만 최근 1800억원까지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어 이달 안에 우선협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후보로는 터키 베스텔, 이란 엔텍합-웨일인베스트먼트 연합, 대유위니아 등 3곳이 거론된다.
유진로봇은 독일 밀레에 인수된 후 첫 해를 맞이했다. 본사를 인천 송도로 이전하고 로봇카페를 개설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행보를 시작했다. 밀레와 공동 개발한 가정용 로봇청소기 '스카우트' 3세대를 선보이는 한편 다양한 상업용 청소기로 사업 다각화 및 밀레와의 협업을 확대한다.
전기밥솥 강자 쿠쿠전자는 지난해 12월 1일자로 회사를 분할했다. 올해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로 새롭게 출발한다. 쿠쿠전자는 밥솥 등 전열 제품을 판매하고, 쿠쿠홈시스는 비전열 제품 렌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는 올해부터 렌털 품목을 정수기·공기청정기 등에서 세탁기·냉장고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쿠쿠전자는 창업주 2세인 구본학 사장의 경영 체제를 안착시키고 렌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기업 분할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웅진그룹은 '정수기 렌털 원조' 자존심 회복을 위해 코웨이 인수에 나섰다. 대유위니아는 해외 유통망 확보 차원에서 동부대우전자를 노리고 있다. 밀레와 유진로봇 사례처럼 전략 차원의 협업 강화 움직임도 나타난다.
중견 가전업계가 사업 구조 조정에 나선 데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가전 기업 사이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주력 제품 한계를 뛰어넘거나 기업의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겠다는 접근법이다.
가전업계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결합 등 새로운 기술 진화도 이 같은 이합집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융·복합 기술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자기 분야만 고집해서는 성장할 수 없고, 순식간에 하이브리드 제품에 선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