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 액화천연가스(LNG)가 영국을 거쳐 혹한이 강타한 미국 동북부로 향한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러시아 기업은 미국 제재 대상으로, 미국 동북부로 향한 LNG는 이 기업의 터미널에 저장된 자원이다.
더타임스는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선박 화물 자료를 인용, 혹한으로 미 동부지역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거래업자들이 시세 차익을 얻고자 거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에너지업체 '엔지'(Engie)가 용선한 LNG선 개스리스호가 영국 그레인섬에 있는 LNG 터미널 탱크에 저장된 LNG를 싣고 지난 7일 미 동부 보스턴으로 출발했다.
개스리스호에 실린 LNG는 미국 제재 대상인 러시아 기업이 운영하는 러시아 중부 야말반도 LNG 터미널에서 선적돼 지난달 말부터 그레인섬 터미널로 수송돼온 물량 일부다.
당시는 영국 가스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였다. 지난달 11일 영국 북해를 지나는 송유관인 포티스 파이프라인 시스템(FPS)이 긴급 복구를 이유로 수주 간 폐쇄하는 결정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야말 터미널에서 실려온 LNG는 영국 가스망에 투입되지 않았다. 그레인섬 탱크에 보관돼 있다가 개스리스호에 선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가격정보업체 Icis의 LNG 전문가 에드 콕스는 야말 LNG의 그레인섬 수송과 개스리스호의 그레인섬 도착이 “일치한다”면서 “조율된 활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혹한으로 미 북동부 지역의 가스 가격은 한때 mmbtu 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전일에도 약 2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영국의 가스 가격은 전날 mmbtu 당 7달러를 보였다.
미국 남부는 가스 공급이 충분하고 가격도 mmbtu 당 3달러로 낮지만, 남부의 가스를 북부로 수송하는 가스관 인프라 설비가 제한된 까닭에 미국은 지역별로 가스 가격 편차가 심하다는 게 더타임스 설명이다.
콕스는 그레인섬에 도착한 물량 말고 야말 LNG가 나중에 프랑스와 네덜란드로도 수송됐지만 이들 물량 역시 탱크에 보관돼 있다가 재선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모두 궁극적으로 가스 가격이 높은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