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자유질의'로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목하는 '백악관식'으로 진행돼 주목을 끌었다.
문 대통령과의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청와대 출입 기자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질문자로 전자신문을 비롯해 뉴스1, 중앙일보, 미국 ABC, TV조선, 광남일보, 한겨레신문, 영국 BBC, 미국 워싱턴포스트, 조선비즈 기자 등을 선택했다.
전자신문 기자가 혁신성장 관련 질의를 하자 문 대통령은 1차 답변을 한 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추가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덕분에 장 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인사 가운데 대통령과 사회자(윤영찬 홍보수석)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발언권을 얻었다.
올해 지방선거 후 2기 청와대와 내각 구성 관련 질의를 하자 윤영찬 홍보수석은 “저도 관심있는 분야”라고 농담했지만 대통령은 “질문이 뜻밖이다. 구상한 적 없다”며 차례를 넘겼다.
대통령과 눈을 맞추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도 펼쳐졌다. 두 손을 모두 들거나 종이와 수첩을 흔들기도 했다. 한 기자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들어 질문자로 지목받았다. 참석한 기자가 200여명이 넘었던 탓에 대통령이 지목한 사람이 아닌 옆 자리에 있는 기자가 질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 기자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발표 등을 포함해 2가지 질문을 동시에 하자 문 대통령은 “질문 중 하나를 선택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해당 기자는 “대통령님이 선택해 달라”고 다시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아까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대해선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요”라고 되물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에 '악플'이 달리는 상황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저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국민의 의사표시로 받아들인다”면서 “기자들도 담담하게 생각하고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질문 기회를 못 드린 분께는 죄송하고 다음에 그런 기회가 있다면 질문하지 못하신 분에게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정치외교안보, 경제, 사회 분야 순서로 진행됐다. 총 17명이 질문을 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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