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의 분자구조 대신 나노입자를 이용해 액체 방울을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계면활성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액체 방울 조절을 통해 이뤄지는 다양한 연구 분야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팀이 나노 입자를 활용한 계면활성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계면활성제는 비누, 세제, 샴푸 등 생활용품에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물을 끌어당기는 친수성과 기름을 끌어당기는 소수성이 함께 있다. 기름과 물이 섞여 있을 때, 액체 방울 형태의 물을 분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특정 물질만 분리·운반하는 차세대 의학재료로 주목받는다. 액체 방울을 조절하는 기술은 질병 진단,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액체 방울 조절 기술은 '분자 계면활성제'를 이용했다. 분자 설계를 통해 계면활성제로 둘러싸인 액체 방울을 온도나 자기장과 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분자 화학구조 설계로는 두 가지 이상의 자극에 반응하도록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나노입자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 계면활성제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명했다. 물을 끌어당기는 친수성 부분에 6나노미터(㎚) 크기의 금 나노입자를, 소수성 부분에 12㎚ 크기의 산화철 나노입자를 적용해 눈사람 모양 나노 계면활성제를 만들었다.
나노입자는 분자보다 민감하면서 다양한 성질을 갖는다. 자기장, 전기장, 빛에 모두 반응하는 계면활성제를 구현할 수 있다. 자기장과 빛으로 액체 방울의 위치, 움직임, 회전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전기장으로는 액체 방울을 결합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세포를 액체 방울에 가둬 배양하거나 세포 내 효소 반응을 액체 방울로 재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로 계면활성제 활용 분야에 획기적인 기술 진전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면서 “액체 방울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와 공정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