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음료 업계가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르는 긴축 경영에 들어간 가운데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오히려 실질 임금 인상을 도모하는 기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다수 기업들이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하는데 반해 '역발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 11일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을 골자로 한 '2018년 임금·단체협상' 갱신에 최종 합의했다.
홈플러스 노사는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에 발맞춰 가기로 했다. 인건비가 올랐지만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축소하거나 각종 상여금과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식의 인위 개편 없이 실질 임금을 인상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임금은 최대 14.7%(사원 기준) 오르는 등 법정 최저 임금을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됐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 직원 가운데 75.3%가 두 자릿수 이상(10% 이상)의 급여 인상률 혜택을 누리게 된다.
또 근무 시간을 인위로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의 월 실질 소득 향상과 소득 안정성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하이퍼 점포 근무자들의 전일제 근무(1일 8시간)를 확대키로 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14일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과 노사 간 화합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양보와 대화로 협약을 체결했다”면서 “앞으로도 직원들의 안정된 근무 환경과 더불어 일과 가정의 균형 있는 삶을 지원, 고객에게도 만족스런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치킨 프랜차이즈 KFC도 매장 운영 시간을 한 시간 연장하고 매장 직원을 20% 늘리는 '역(逆)발상 전략'을 내놓았다.
KFC는 서울 청계천점과 동여의도점, 인천스퀘어원점 등을 포함해 전국 50여개 매장의 영업 종료 시각을 밤 10~11시에서 각각 한 시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운영 시간을 연장해 인력 채용도 늘이고, 이벤트 등으로 고객을 더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국 매장을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KFC는 매니저와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을 전년보다 20% 늘리기로 했다.
최저 임금이 올해 7530원으로 16.4% 올라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 채용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KFC는 전국 208개 매장 가운데 4분의 1에서 시범 실시하고, 나머지 매장의 운영 시간도 점차 늘려 갈 예정이다.
엄익수 KFC코리아 대표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유통업이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운영 시간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파격 가격 정책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