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극의 인체 연결은 장애로 거동이 어려운 이들을 치료하는 영화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합니다. 십년이 넘는 고된 연구과정에서도 이런 '따뜻한 정보통신기술(ICT)' 구현의 꿈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정상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시냅스소자창의연구실장은 사람의 몸과 전극을 연결하는 험난한 선도형 연구에 오랜 기간 힘써왔다. 신경전극의 인체 연결이 연구 주제다. 전극으로 손상된 신경에 자극을 줘 기능을 회복케 하거나,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파악해 활용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자그마치 11년의 세월을 쏟아 부었다.
정 실장의 연구는 아픈 과거에서 비롯됐다. 인척 중 한 명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되면서, 전문분야인 ICT로 장애를 해소할 방안을 고심하면서부터다. 당시는 때마침 전극과 인체를 연결하는 연구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2004년 전주의 예수병원 신경외과는 뇌졸중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 목발에 의지해 걷게 하는데 성공했다. 정 실장은 당시 전주 예수병원에서 진행된 뇌졸중 환자 치료를 지켜보며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정했다.
“김형일 전주 예수병원 박사를 비롯해 다양한 관련 연구자와 사귀며 인체와 신경전극의 연결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제 전문분야를 살리면서 아픔을 겪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어 앞으로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연구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생소한 분야여서 외부의 무시를 받는 일이 많았다.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느냐'는 물음에 답할 길이 없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 근성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1년을 돌이켜보면 실험실 확보도 어려웠던 초창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전례가 거의 없는 연구여서 도전을 거듭하는 일상이 반복됐습니다.”
정 실장은 작은 전극에서부터 측정 장치를 만드는 것까지 처음부터 배워나갔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연구 장비를 국산화하고, 해외 수출까지 넘볼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게 됐다. 최근에는 체내에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유연 신경전극을 개발, 연구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목표는 전기 자극 줬을 때 손상된 신경이 회복하는 원리를 깨우치는 것이다. 뇌·신경과 ICT 기술이 서로 소통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뇌 신경을 모방해 성능을 극대화 하는 '뉴로모픽' 분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정 실장은 “사람의 몸과 전극을 서로 연결하는 것은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더 먼 곳까지 우리를 발전시킬 분야”라면서 “신체적인 불편을 해소하면서 더 빠르고 강력한 연산능력을 구현하는 기반이 돼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