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연구관리전문기관 구조조정 막 올랐다

[이슈분석]연구관리전문기관 구조조정 막 올랐다

정부의 연구관리전문기관 효율화 논의가 일대 전기를 맞았다. 지난 11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이하 경장)에서 '1부처 1기관'이라는 세부 원칙이 나왔다. 기존의 12개 부처 17개 기관을 10개 부처 10개 기관으로 재정비하는 안이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의 위상을 재정립할 법률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안에 연구관리전문기관의 효율화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고 구조 조정을 실질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연구관리전문기관 효율화 논의는 수년 동안 반복됐다. 현장 개선 요구가 높았지만 방대한 구조 조정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로 채택된 뒤 실권을 쥔 부처가 대책을 내놨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은 중앙 정부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연구 과제의 기획 및 선정, 연구비 집행, 평가, 성과 확산 등 과제 단위 전 과정을 아우른다. 한국연구재단(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각 부처가 앞 다퉈 R&D 사업을 실시하면서 기관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부가 파악한 주요 기관만 12개 부처 17개에 이른다. R&D 관리 업무를 부차 수행하는 '유사 전문 기관'까지 합하면 수십 개로 불어난다.

이들 기관이 제각각 운영되면서 연구 현장의 행정 비효율을 초래했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은 정부와 연구기관 사이의 중간 기구다. 정부 R&D를 수행하려면 이들 기관과 협약이 필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조사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평균 4.7개, 대학은 8.2개 기관과 R&D 협약을 맺는다.

복수의 기관과 협약을 맺으면 연구자 또는 연구기관이 규정을 일일이 검토하고 다른 체계에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 17개 주요 기관이 운용하는 규정만 111개에 이른다. R&D 관리 규정의 공통 사항을 규정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시행령(공동관리규정)이 있지만 규정 난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문기관 효율화'를 국정 과제로 내세운 것은 '연구자 중심 과학기술 혁신 정책'을 구현하겠다는 구상과 밀접하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은 연구자가 최일선에서 마주치는 행정 체계이기 때문이다. 17개 주요 기관이 집행하는 R&D 과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1조원이다.

이는 정부 R&D 예산 19조5000억원의 57%에 해당한다. 국방 2조8000억원, 인력 양성 1조3000억원, 지역 기반 구축 1조원, 정책·인문 1조원을 제외한 과기 분야 순수 R&D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문기관 기능 재정비가 연구행정 효율화의 첫 단추인 셈이다.

한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연구비관리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연구관리 규정을 정비해도 전문기관이 난립하면 규정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면서 “기관 전문성을 향상시킬 방안 마련 전제 아래 기능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계와 주무 부처 주변을 맴돌던 효율화 논의는 경장을 계기로 범정부 차원으로 격상됐다. 올해부터는 기능 재정비, 기관 구조 조정이 가시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2016년부터 전문기관 효율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기술 분야별 이원·다원화 등 대안을 제시했다.

공공기관 구조 조정의 실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동참하면서 부처별 일원화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각 부처 소관을 하나의 R&D 분야로 본 시각이다. 이렇게 하면 전문기관은 기존 17개에서 10개로 대폭 줄어든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의 논의를 바탕으로 연구관리전문기관의 설립 요건, 평가 방법 등을 다시 법제화한다. 나머지 관계 부처는 기술 분야별 특성을 재편안에 반영하고 기관 전문성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의 연구기획 평가 역량 강화도 함께 추진된다. 우리나라 전문기관은 연구 과제의 기획·평가보다 대행 과제 관리에 주력했다. 기획평가비(기평비)가 부족하고 제원이 분산된 탓이 컸다. 정부는 재편 과정에서 기평비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내 기관·기능 재편안을 마련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연계하겠다는 것도 기평비 개선을 염두에 둔 계획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