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올 하반기 출시할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HEV) 시스템을 탑재한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다양한 콘셉트카를 통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였으나,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차는 스포티지 부분변경 모델 제품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출시할 계획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스트롱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별도의 구동모터 없이 시동 발전기만으로 엔진의 힘을 보조하는 모델을 말한다.
이 중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높은 출력이 요구되는 주요 전장부품에 기존(12V)보다 4배 높은 48V 전압을 사용한다. 비교적 단순한 부품 추가만으로 최대 20%까지 연비를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모터가 차량 구동에 적극 개입해 효율성을 높이는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달리 차량 구동은 내연기관이 주도하고 48V 전기모터가 엔진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엔진 핵심 장치를 48V 전기모터로 구동해 더 작은 엔진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스포티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컨버터 통합형 48V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 컨버터와 배터리 시스템 2개 부품으로 각각 분리 적용했던 것을 하나로 통합했다. 전장부품 경량화·소형화 추세에 맞춰 무게와 부피를 줄여 원가를 절감하고, 냉각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힌다. 스위스 투자회사 UBS는 2025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0%가량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출시할 SUV 등 다양한 신차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2025년까지는 모든 제품 라인업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동식 회생제동장치(iMEB)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디젤차가 주력이던 유럽 업체들을 중심으로 자동차·전장부품 업계도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과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르노는 이미 일부 모델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고 폭스바겐, 볼보 등도 시스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