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마리오아울렛 주변. 3층 건물을 통째로 가상현실(VR) 상영관으로 꾸민 가게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브이알원이 마련한 체험 매장은 22일부터 손님을 받는다. 양해를 구하고 미리 체험해봤다.
건물 1층은 커피숍과 성인용품점으로 구성됐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둘러보니 일반 VR방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커플룸이 별도로 완비돼 있다. 1인룸마다 안마의자가 배치돼 있는 것도 특이했다. 규모도 남다르다. 방 개수가 28곳에 달했다. 커플룸과 1인룸이 절반 비율로 섞여있다.
VR 영상과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국내 최초 복합관이라는 게 업체 직원 설명이다. 그는 “일반 VR방이 아닌 상영관”이라고 강조한 뒤 “VR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늘리기 위해 일단 성인영화 위주로 사업을 펼치지만 향후 다양한 콘텐츠, 용도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인룸에 착석, 안마의자를 켜고 영상을 살펴봤다. VR 전용 성인영화는 물론 2차원(2D) 영상도 볼 수 있다. 국립자연휴양림과 같은 유명 관광지 소개 영상도 포함됐다. 유튜브 채널에 연결, 인터넷 검색도 가능했다.
영상은 모두 200여 편이다. 이 중 성인영화가 50편 정도다. 윤재원 브이알원 대표는 “올해까지 500편 넘게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영상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로 관광, 공연 분야 영상을 한 달에 50여개씩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격은 시간당 1만8000원 수준이다. 현재 내부 조율 중이어서 소폭 조정될 수 있다. 영상 분량은 한 편당 보통 10분 안팎이다. 한 시간에 대여섯 편을 감상할 수 있다.
VR에 빠져있는 동안 안마의자는 쉴 틈 없이 몸을 풀어줬다. 영상에 집중하는 데 방해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방을 나왔을 때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2층에는 대형 룸이 완비돼 있다. 아직 텅 빈 공간이다. 이곳에 VR 게임방을 구성할 계획이다. 게임 종류는 정해지지 않았다.
브이알원은 이 같은 VR 시네마를 전국으로 확산한다. 가산점을 시작으로 서울 명동, 신림동 등 10곳에 문을 열 예정이다. VR 관광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제주도 내 관광명소를 담은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지역별 관광 정보를 알려줄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표는 “VR 게임에 비해 영상 시장은 확산 속도가 더디다”며 “VR 생태계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와 VR 기기 성능이 발달하면서 장기적으로는 PC방까지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