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결국 발동된 만큼 프리미엄 중심 전략으로의 선회와 같은 기업 차원 대응뿐 아니라 WTO 제소 등의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세이프가드 발동이 예상된 시나리오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발 빠르게 대응한 만큼 그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한국 공장에서의 생산 물량을 확대하고 미국 공장도 조기 가동하는 등 선제 대응을 해서 공급 물량에 차질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원가 상승 등의 피해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군 위주의 전략을 이어가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저율관세할당 120만대를 적용할 경우,수입 세탁기 가격이 3분의 1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전략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상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횡포화되고 있는데 국제 사회에서 여론을 만들어 공동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미국이 추가적인 보호무역주의 카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점검하고 예방 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인한 국내 경제 타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하는 세탁기가 연간 300만대에 달하는 만큼 일부 기업체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세이프가드 발동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이어지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면서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가 세이프가드 영향이 수출 의존적인 국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기업 문제로만 세이프가드에 접근했다면 이제는 민간과도 전반적인 틀에서의 논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세탁기 생산국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산업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도 없이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린 만큼 WTO에서도 이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관세와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따르면 세이프가드는 수입품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도록 잠정적으로 보호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WTO에 합치되지 않은 사항에서 나온 결정”이라면서 “정부가 WTO 제소뿐 아니라 관련 국가와 미국 내(조치에 반대하는) 기업과 공동으로 미국에 보상 요구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3년 간 보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가 약 1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자국 세탁기 산업 피해에 대한 보상책도 요구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