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인디게임 시장 급성장... 배경과 전망은

국제 인디게임 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국제 인디게임 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인디게임 바람이 불고 있다. 인디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늘어나면서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일반 상업용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박을 친 인디게임도 등장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게임 산업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로 '인디게임 성장'을 꼽는다.

[이슈플러스]인디게임 시장 급성장... 배경과 전망은

게임업계와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인디게임 전문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2016년 한해 출시한 게임은 4200여개에 달한다. 판매량은 약 1억5600만 카피, 이를 평균 판매 단가 8달러로 계산할 때 스팀의 2016년 매출은 12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팀은 2006년 출시 게임이 71개에 불과했다. 2007년 100개를 넘어서더니 2009년 356개, 2013년 565개, 2014년에는 1000개를 훌쩍 넘어 1772개에 이르렀고, 2015년 2964개, 2016년에 4207개로 연 4000개 이상의 인디게임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출시 게임 수만 40배 가까이 늘었다.

'이치아이오'를 비롯한 후발 인디게임 유통 플랫폼의 등장을 비롯해 구글, 소니, 닌텐도 등 글로벌 대기업까지 인디게임 발굴과 유통에 뛰어들면서 인디게임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인디게임 시장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스팀의 국가별 매출 통계에서도 점유율 1%에 못 미쳐 기타로 분류돼 있다.

게임 분류 상 인디게임을 가르는 별도의 기준은 없다. 정확한 통계를 잡기 어렵다. 하지만 인디를 표방한 게임 개발과 유저의 관심이 확산되고, 성공한 인디게임도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디게임 유통 플랫폼
인디게임 유통 플랫폼

인디게임의 성장에는 스마트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콘텐츠 사용 환경 변화가 크게 기여했다. 스마트폰은 여성과 다양한 연령층으로 게임 이용 저변을 넓혔고, 이는 인디게임과 같은 새롭고 특색 있는 게임을 찾는 수요를 부추겼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쉽게 콘텐츠를 찾아 길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 유통 환경이 인디게임 성장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개발자 사이에서는 유니티, 언리얼 등 범용 게임엔진의 무료화, 콘솔 게임사의 저예산 툴킷 제공,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등이 인디게임 성장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1인 개발자나 소규모 게임사들도 자신만의 독창성 있는 게임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작RPG 등 게임 마니아 중심의 시장 편중에 반발한 개발자들과 색다른 게임을 원하는 유저의 욕구 변화가 맞물려 인디게임에 관심이 높아졌다. 수년 전부터 국내 게임 시장이 몇몇 대형 개발사의 자본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중소 개발사나 1인 개발자가 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비판은 계속 제기돼 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게임 유통을 '스팀'에 맡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플랫폼과 달리 인디게임 개발자에게 높은 수익을 배분하고, 유저 중심의 게임 선정과 서비스 정책으로 스팀은 개발자와 유저 모두에게 인정받는 세계 최고의 인디게임 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인디게임 성장과 함께 인디게임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행사도 많아졌다.

성공한 인디게임 개발자와 이를 추종하는 독립 개발자들이 만든 '인디펜던트게임페스티발(IGF)'은 전통과 권위를 지닌 대표적인 인디게임 전문 축제다. 매년 8개 부문에서 최고의 인디게임을 선정해 시상한다. 선정 게임과 수상자는 높은 지명도를 얻고 퍼블리싱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인디케이드'는 인디게임의 예술성과 실험성에 중점을 두고, 지역 사회와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소개하고 서로 체험하는 개방적인 행사다.

일본 교토에서 매년 5월 열리는 '비트서밋', 우리나라 대표 인디게임 전시·컨퍼런스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열리는 라틴아메리카 최대 인디게임 축제 '브라질 인디펜던트 페스티벌'도 손꼽히는 국제 인디게임 전문 행사다.

페니아케이드게임엑스포(PAX), 도쿄게임쇼, E3, 지스타 등 기존 국제게임전시회도 속속 별도의 인디게임 코너를 신설 운영하고 있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의 경우 2015년 우리나라 첫 인디게임 전문 전시회로 출발, 게임 다양성과 개발자 저변 확대를 이끌며 국제 인디게임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아웃 오브 인덱스'도 세계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게임을 발굴 소개하는 행사다.

인디게임 전시 컨퍼런스 외에 개발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행사로 '글로벌 게임잼'이 있다. 이 행사는 게임 개발을 원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48시간 동안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보는 자리다. 세계 여러 국가와 장소에서 열리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처음으로 '대한민국 게임잼'을 만들었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 참가한 인디게임 개발자 단체 사진.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 참가한 인디게임 개발자 단체 사진.

성공한 인디게임이 많아지고 제작 환경도 다변화하면서 인디게임을 구분하는 정의도 다소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다.

원래 '인디게임'이란 인디영화나 인디음악처럼 자본과 유행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창작의 자유를 추구한 게임을 말한다. 하지만 개발비의 규모나 창작의 자유, 독립이라는 표현이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발 과정도 워낙 다양하다보니 현재 인디게임을 규정하는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어졌다.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대기업의 인디게임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독창성을 인정받은 인디게임의 상당수는 대기업의 투자나 퍼블리싱 지원을 받았다.

어디까지가 외부 지원이고, 상업성과 독창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등 인디게임에 관한 규정 논란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게임의 성장이 게임 다양성에 기여해 게임산업과 시장을 보다 풍요롭고 건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은 산학관의 공통된 견해다.

<세계 최대 인디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의 연도별 출시 게임 수 (출처 : 스팀스파이)>


세계 최대 인디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의 연도별 출시 게임 수 (출처 : 스팀스파이)

<글로벌 게임잼 연도별 참가자·게임 개발 수 증가 추세 (출처 : 글로벌 게임잼 공식 사이트)>


글로벌 게임잼 연도별 참가자·게임 개발 수 증가 추세 (출처 : 글로벌 게임잼 공식 사이트)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