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비가 들지 않는 건물을 들어보셨나요? 겨울 혹한, 여름 혹서기에 걱정되는 것은 건강뿐만이 아닙니다. 냉난방비 부담이 만만치 않죠. 겨울철 난방비 걱정에 집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여름에는 전기요금 때문에 집 근처 시원한 카페로 피서를 가 본 사람이라면 제로에너지건물을 꿈꿔봤을 만합니다. 단열 성능을 강화해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사용한다면 에너지 소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요. 지난 해 12월 서울시 노원구에 이런 아파트가 문을 열었답니다. 이름은 '에너지 제로 주택(EZ하우스)'. 아직은 건축비가 에너지 절감비용보다 더 비싸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을 저렴하게 보급한다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로에너지 건물은 무엇이고, 언제 쯤 실현이 가능할지 알아보겠습니다.
Q. 제로에너지 건물이 무엇인가요?
A. 난방이나 냉방, 환기 등 기본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일은 모두 에너지 소비를 통해 이뤄집니다. 보통은 화석연료나 원자력으로 얻는 전기로 충당합니다. 제로 에너지 건물이란 화석연료를 통해 얻은 에너지 소비가 0인 건물을 말합니다.
제로 에너지 건물은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냉난방 등을 해결합니다. 열이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하는 단열 기술로 에너지 소비도 줄입니다. 지난 해 12월 노원구에 문을 연 'EZ하우스'는 로이유리, 외부 블라인드, 고기밀구조 등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요구량을 61% 절감했습니다. 열 회수형 환기장치 같은 효율이 높은 설비로 13% 에너지를 추가로 절감했고요. 이와 동시에 태양광 전지판, 지열 히트펌프 등 재생에너지 기술로 약 33% 에너지를 생산한답니다.
결과적으로 7%의 잉여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입주민은 화석연료 사용 없이 난방·냉방·급탕·조명·환기 등 기본적인 주거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개별 가전사용을 위한 전기요금, 엘리베이터 같은 공동 사용시설 요금만 지불하면 됩니다.
Q. 제로에너지 건물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A.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의 21%는 건물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사용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세계 많은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합니다. 제로에너지건물은 화석연료 사용을 낮춰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제로에너지 건물은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할까요?
A. 궁극적으로 제로에너지 건물은 EZ하우스처럼 에너지 자립도가 100% 이상이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EZ하우스는 총 121세대 규모 임대주택 단지로, 연구개발과 건축비를 포함해 493억원이 투입됐습니다. 건축비는 일반 건물보다 30% 정도 비싸다고 합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기준인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 에너지자립률 20% 이상,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Informaition System) 및 원격검침전자식계량기 설치를 모두 충족하면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인증 받습니다.
Q.제로에너지 건물에 사용된 기술은 어떤 것이 있나요?
A.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이는 '패시브' 기술과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액티브' 기술이 있습니다. 소극적인 기술, 적극적인 기술로 이해를 할 수 있겠지요. 패시브 기술은 단열이 대표적입니다. 건물 내외부에 단열 소재를 붙입니다. 열 전달율이 떨어지는 로이유리, 블라인드 등이 해당됩니다. 한번 사용한 열을 다시 회수해 사용하는 재생 장치나 에너지 사용 자체가 줄어든 설비 등도 패시브 기술입니다. 지열·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는 액티브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Q. 제로에너지건물은 언제쯤 보편적인 건물이 될까요?
A. EZ하우스는 시험용 주택입니다. 건축비가 비싸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얻은 새로운 기술과 설계기법을 처음 적용한 주택이지요. 이 주택을 건설하고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통해 건축비를 절감할 방법을 찾는 것이 시험 주택을 짓는 이유랍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EZ하우스 오픈 행사에 참여해 제로에너지 건물 보급 의지를 표현했지요. 정부는 실증 제로에너지 실증단지를 통해 2025년 제로에너지 주택 공급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의무절감률을 2009년 15%에서 2025년에는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건축 기술과 단열 소재 등이 개발돼야 합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소개>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 이대철 지음, 시골생활 펴냄
보온병처럼 단열이 잘 되는 집에 관한 이야기다. 낮 동안 태양빛으로 데워진 실내공기의 열을 집 밖으로 빼앗기지 않아 난방비가 한 푼도 들지 않는다. 작가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패시브하우스를 건축의 미래로 바라본다. 작가는 건축비가 비싼 유럽형 패시브하우스가 아니고도 일반인이 실현할 수 있는 비용과 기술을 소개했다.
◇'넷 제로(NET ZERO)' 편집부 지음, 시공문화사 펴냄.
친환경 제로에너지 주택 사례를 소개하는 책이다.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줄이고, 나머지 소비량은 자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제로에너지 주택의 개념을 설명한다. 분류체계와 활용기술에 대한 설명도 담았다. 2부에서는 연간 에너지 수지의 합이 0(제로)인 제로에너지주택의 이론과 실무경험을 살펴본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