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인근의 한 식당. 일본 관광객이 스마트폰으로 '지니톡'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서 일본어로 말하자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뭔가요”라는 한국어가 들린다. 식당 직원이 “떡국이 유명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하자 번역된 일본어 음성이 스마트폰에서 나온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언어 장벽 없는' 올림픽으로 거듭난다. 한글과컴퓨터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 개발한 자동 통·번역 솔루션 '말랑말랑 지니톡'(지니톡)을 무료로 제공, 방한하는 선수와 관광객을 맞이한다. 공항부터 올림픽 경기장과 숙박, 음식점 등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 지니톡 솔루션이 민간 통역사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글과컴퓨터(한컴)는 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2018 평창 공식 자동 통·번역 솔루션 지니톡 활용 로드맵과 미래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한컴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와 자동 통·번역 부문 공식 후원 계약을 2016년에 체결했다. 지니톡은 한국어 기반으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 △아랍어 등 8개 언어 쌍의 △음성 △문자 △이미지 번역 기능을 제공한다. 인공신경망번역(NMT) 기술을 적용했다. NMT는 문장 문맥과 어순을 고려한 기술로, 번역 결과가 정확하다.
노진호 한컴 대표는 “8개 공식 서비스 언어에 대해 평균 90% 이상의 통·번역 정확도를 제공한다”면서 “올림픽 종목, 강원도 지역 관광 지명, 특산 음식 등 평창 동계올림픽 특화 데이터베이스(DB) 10만건을 적용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컴은 올림픽 선수단과 관계자, 관람객 등 대상의 지니톡 알리기에 주력한다. 올림픽 기간에 방한하는 90개국 5만여명의 선수단과 관계자들에게 지니톡 홍보물을 배포한다. 경찰 업무 전용 스마트폰에는 지니톡을 기본 탑재,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과 외국인 간 소통을 돕는다. 강원도 지역 교통(택시 8000대), 숙박(1400여곳), 요식(2000곳) 업계 종사자 대상으로는 지니톡 교육을 완료했다. 영화배우 유해진을 광고 모델로 발탁, 텔레비전·옥외 광고 등 홍보를 강화한다. 올림픽 기간 다운로드는 350만건을 예상했다.
오순영 한컴 개발기획본부장은 “한컴과 ETRI가 함께 전담 인력을 배치해서 5초마다 서버를 점검하는 등 서비스 장애에 대비한다”면서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더라도 끊어짐 없는 통역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니톡에 거는 기대도 크다. 박철 조직위 정보통신기획부장은 “세계 각국의 선수단과 관람객이 지니톡을 이용해서 우리나라 전통과 문화, 올림픽 관련 정보를 습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 통·번역 기술을 세계에 유감없이 홍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니톡이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자동 통·번역 솔루션으로 채택된 것은 한컴이 이 분야 투자를 지속 강화했기 때문이다. 한컴은 2015년 ETRI와 함께 투자, 세계 1위의 기계 번역 솔루션 업체 시스트란인터내셔널과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한국어에 강한 한컴과 다국어 음성 인식, 문서 번역 기술력을 보유한 시스트란이 만나 시너지를 냈다.
한컴은 올림픽 후 음성 인식과 자동 통·번역 기술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
국제 행사, 의료, 국방 등 전문 분야에서의 통·번역이 필요한 산업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음성 인식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스피커, 로봇 등 하드웨어(HW) 사업에도 진출한다. 로봇,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사업 등에도 지니톡을 기반 기술로 활용한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지니톡이 세계에서 뛰어난 언어 인식, 번역 앱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세계인들에게 앱을 무료로 배포한다”면서 “이번 올림픽은 한국의 자동 통·번역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