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처음 과학기술유공자를 선정하며 생존 과학자 10명을 포함했다. 첫 유공자 지정에 맞춰 생존 유공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고령에도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과학문화에 대한 국민의 이해 증진, 후진 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민계식 현대학원 이사장은 “좋은 인재를 이공계, 과학기술계로 끌어들이려면 국민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면서 “'~쟁이'라고 깎아내리고 힘드니까 기피하는데 중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과학자를 예우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덕용 KAIST 명예교수는 이공계 교육의 전환을 요구했다. 과학철학, 과학역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과학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할 때가 됐다는 조언이다.
윤 교수는 “요즘 특별히 관심 있는 문제가 이공계 학생의 인문 교육이다.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굉장히 취약하다”면서 “인문교육이 과다해서는 안 되겠지만 적절한 내용, 범위, 규모로 인문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는 단계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 철학의 기반을 보면 과학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라면서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 명문대 수준에 와 있다고 하지만 진정한 최고가 되려면 이런 기반 없이는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후배 과학자의 '즐거운 과학'을 응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과학도, 연구도 자기가 하는 일은 재미있게 하라는 것”이라면서 “연구는 정말 힘든 일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결과도 좋고 보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생 전 건국대 총장도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라는 것”이라면서 “보람을 느끼는 영역에 매진하면 5년, 10년 간은 찬밥을 먹어도 15년, 20년 후에는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시스템대로 1등 해서 대학 가고, 취직 하고, 고시 준비하는 것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세월은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자기 재능과 개성을 살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는 “젊은 과학자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큰 야심을 가지라는 것”이라면서 “유능한 지도교수를 만나고, 연구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귀인을 알아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창건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장은 과학기술유공자가 대중 강연에 적극 나서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앞장서자고 제안했다.
그는 “노벨상을 시상할 때 스웨덴에 있는 고등학생을 도우미로 쓰는데, 그게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제와 동기 부여가 된다”면서 “선정된 유공자 중 아직 대중 강연 활동이 가능한 사람부터 특별 강연을 다녔으면 한다. 학생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공자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도 촉구했다. 단순히 중요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체계적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과학기술은 결국 국제 경쟁을 유발하는데, 두 번째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첫 번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바이오 분야는 손 대지 않은 분야가 굉장히 많은데, 하나를 잡으면 100가지 새로운 분야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길생 전 총장은 “과학기술자에게 과학기술이 중요하니까 무조건 연구하라고 할 수는 없다.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정년 문제, 퇴직 후 연금 문제 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